5년전 내가 이 집으로 이사를 올 때만해도 목련 가지가 이층인 우리집 창을 막을 정도였다. 모과꽃은 다음해에야 눈여겨 볼 정도의 키였다. 그때 나는 모과꽃을 처음 봤다. 앙징맞은 분홍꽃이 참 예뻤다. 내 손을 뻗으면 모과 한 알은 딸 수 있을 정도의 키높이였다. 한 해 두 해 어느새 다섯 해의 봄을 맞는다. 목련은 눈을 치켜 올려다 봐야 될 정도로 자랐다. 모과는 저만치 팔을 뻗고도 모자라 작대기가 필요할 정도다. 다섯 해 동안 우리 아이들만 자란게 아니고 집 앞의 목련도 모과도 많이 자랐다. 아직은 피지 않은 목련이 피고 지고 잎이 나오면 우리집 작은 베란다 창 앞은 온통 초록 물결이다. 아침마다 창을 열면 이제나 터트릴까 망설이는 목련 입술을 쳐다보는게 일과가 되었다. 오늘은 어제보다 기분 좋은 일이 있는지 미소짓는 모습이 보인다. 조만간 함박 웃음으로 나를 맞이할 듯 하다. 나도 웃음으로 답해줘야지.. 오늘 아침까지의 내 바람이었다.
외출을 하고 돌아오니 아파트 화단의 과실수와 키큰 나무들이 모두 이발(?)을 하였다. 혹시나 싶어 부리나케 달려와 창을 여니 우리집 앞 목련과 모과나무도 파격적인 변신을 하였다. 지금까지의 목련이 파마머리였다면 살짝 끝만 날려 다듬기만 해도 웨이브진 머리가 산뜻하고 싱그러워 보일텐데 지금 모습은 완전 단발머리로 변해버려 무척 낯설다. 이럴줄 알았다면 가지치기를 조금만 해달라고 부탁을 드릴걸. 나 하나의 이기심으로 전체 경관을 무시할 순 없지만 그래도 내겐 친구같은 나무였는데 올 봄엔 내 집 앞의 목련은 볼 수 없게 되었다. 작년 봄의 목련을 그려보며 아쉬움을 감추어 본다. 마음대로 뻗어있던 가지끝으로 빈 하늘이 휑하니 쳐다본다. 내년 봄에는 저 빈자리에 다른 가지 채워지겠지. 내년 봄에도 지금처럼 오늘을 기억하며 글을 쓰기나 할련지. 삭둑 잘려나간 민둥머리 목련 끝을 한 번 더 쳐다본다. 여전히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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