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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년차 왕초보


BY 모퉁이 2005-04-08

면허번호에 95-***어쩌구 이렇게 나가는 2종 면허를
가지고 있으니 나도 이제 면허소지 8년차에 들었다.
갱신기간이 왔는데 연장이 되었다고 좀 더 있으라는
안내 쪽지가 와서 아직 녹색면허는 못 받았지만
얼마 후면 나도 녹색면허증에 잘하면 1종으로 변신할 지도 모른다.
오래된 모범 2종면허 1종으로 변경해 준다는 말,유언비어였었나?

참으로 치사하고 유치한 소리 다 들어가며 남편한테
운전을 배웠던 8년 전.
정말이지 내가 콩나물 값을 뒤로 감추어서라도 운전면허 학원에
등록하여 당당하게 강사한테 배우리라 다짐하고 또 했다.
본인은 구박이 아니라 하였지만 더럽고 치사해서 그때 받은
수모는 두고두고 되새김질 하고 싶지 않은 일 중에 하나다.

운동신경이 둔하다는 것은 나 스스로도 인정은 하지만
그렇다고 대 놓고 둔하다느니,,안되겠다느니..지금 생각하니 다시
욱~하고 토할 것 같다.

나름대로 열심히 학과공부도 했고 그래서 60점만 맞으면 되지만
두개 틀려 기분좋게 학과 통과하여 그 자리서 코스시험에 도전했는데
자신있었던 T자 코너에서 삑~~소리와 함께 차에서 내리긴 했지만
왜 내려야 하는지도 모르고 있었으니,,그렇게 어리숙한 나였다.

두번째 도전에서는 보부도 당당하게 40점 만점으로 팡파레 울렸다.
턱걸이와 만점의 차이는 아무것도 아니었다.
턱걸이로 통과한 어떤 아줌마는 다음 날로 고물차 한대 끌고 다녔지만
만점받은 나는 차 근처에도 못 가보는 신세가 되었다.
차를 나에게 맡기지도 않았지만 처음 배울 때와는 달리 그렇게 차를
몰고 싶은 마음이 생기지도 않았다.
그래서 나는 이름하여 지갑면허를 소지하게 된 사람이다.

어쩌다 가끔씩 물류센타에 갈 때나 잠시 빌려타기는 했으나
자동차는 내 몫으로 돌아오는 날이 드물어서 나는 그것도 제대로 못했다.
그러다 어느 날 오후에 아이들이 돌아올 시간인데 비가 온다.
아침에 멀쩡했으니 우산을 가져갔을리가 없는 아이들.
큰아이 하교길에 전화를 했다.어디쯤 왔으니 버스 정류장까지
나와달라고..
우산을 들고 집을 나섰는데 왠 낯익은 차가 눈에띈다.
차량 10부제를 지키는 사람이라 두고 간 모양이다.
현관 열쇠고리에 자동차 예비키를 갖고 다니던 나는
묘한 발동심이 생겨서 그만 그 차에 키를 꽂고 말았다.

종점까지 온 버스에서 내린 아이를 "야~~타~!"했더니 깜짝 놀란다.
걸어서도 얼마 안 걸리는 거리를 왠 차를 끌고 왔냐며 시큰둥한다.
"어허~엄마도 운전 할 줄 알아야~~"

그런데 문제는 지금부터다.
맨날 옆자리에만 앉아가던 나는 사실 길눈이 어둡다.
거기다가 이사 온지 얼마 되지 않은터라 지금 내가 가는 길이
일방통행임을 몰랐다고 하면 핑계가 될까?

아닌데..전에는 이 길로 분명히 다녔는데...
에라이 모르겠다. 오른쪽으로 돌아서 다시 가자.

옆에 앉은 딸아이는 땀을 삐질거리며 긴장을 하고 있고
공연히 차는 끌고 와서는 생고생을 한다고 엄마를 타박주고
어디까지 가야 u턴을 하는지도 모르고 마냥 달리는 내가
아이는 비오는 날 엄마의 행동이 아무래도 마땅치 않는 모양이다.

어디까지 갔을까.
후후...그렇지 저기서 돌자.
한구비 돌고 돌아 집 입구까지 왔는데 이젠 오르막에 신호등에 걸렸다.
자동차는 스틱이라 아무래도 긴장된다.
하나 두울 세엣~하면서 발을 뗐지만 너무 긴장을 했는지 차는 뒤로 밀리고 아이는 악~하고 악을 쓰고,그런데 나는 왜 재밌는지..
그래서 초보는 무식하고 무식하면 용감하다 했나보다.

두번만에 오르막 성공하여 무사히 집으로 돌아왔는데
이번엔 주차가 문제다.
들어갔다 나왔다 넣었다 뺐다 하고 있는데 옆에 있던 하얀색 소나타가
자꾸 거슬린다. 차만 크면 다냐? 삐딱하게 세워둔 차를 괜히 트집 잡아보고 후후,,그것도 몇 번만에 성공.
그런데 내리고 보니 주차가 영 맘에 안든다.
다시 넣었다 뺐다 하는데 이번엔 뭐가 툭~하는 둔탁한 소리가 들린다.
"흐머~뭐야?"
아무것도 없는데?혹시 하얀 소나타와 접촉?
모르겠다.나도 모르겠다.

걸어서도 두번은 더 다녀왔을 시간을 허비하고 나는 7년차 왕초보
운전연습을 마감했다.(작년이니까..)
그날 이후 한번도 운전대에 손도 대 보지 않았다.

그런데 그날 정말 내가 소나타를 때렸는지 아직도 나는 모른다.
아무도 맞았다는 말을 하지 않았으니까.
이렇게 아둔한 여자가 운전을 하고 다니면 아마 우리나라 도로사정
엄청나게 복잡할 것이다.
그래서 나는 운전을 하지 않는다.
구구한 왕초보의 변명을 이렇게 세뇌시켜본다.





2003-02-18 12:5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