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 가뭄 끝 한차례 소나기 지나갔지만 금세 말라 버린 흙은 목마른 절망을 전한다 호미마저 거부하는 담 옆 굳은 땅 쩡쩡 쇳소리까지 내며 닫혀 버린 속내를 전해 온다 그 옆, 물 줘 가며 가꾼 완두콩 뽑아낸 흙살 부연 흙먼지 날리지만 살갑게 호미를 안는다 어쩌면 사람살이도 저 흙살과 같은 것 오랜 절망을 품어 주고 살가운 이해로 보듬어 안고 뿌리 내린 이들에게 힘 실어 희망 노래 부르게 하는 것 흙살 고르게 펴서 참깨 콩 녹두 토란 심어두고 잘 품어 싹 틔우길 기다리던 날, 흙살 들추고 얼굴 내미는 새순들 참으로 힘겨운 일을 해냈다 저게 바로 희망 품은 것들의 약동인 게다 위 는 ' 흙살의 노래 전문이다. 땅 끝 마을 해남으로 귀촌한 지 어느 덧 4년, 그 동안 내 일상은 오마이뉴스 시민기자로, 성인문해강사로 활동하며 캠핑 마니아인 남편을 따라 캠핑을 다녀오거나 자그만 텃밭을 가꾸는 것이었다
하지만 뒤안 대숲 바람과 그 속에 깃들어 사는 새 소리에 잠이 깨어 하루를 보내고 논개구리 우는 밤이면 그 소리를 따라 논두렁을 휘돌던 추억길과 흙살을 뒤집어 텃밭을 일구며 깨달은 자연의 순리는 일상의 것들을 넘어 시감이 되었다. 이런 일상에서 전하는 내밀한 이야기를 쓴 시들이 첫 시집 '밥은 묵었냐 몸은 괜찮냐'( 2020)로 출간되어 세상에 전해졌다. 그 후로도 내 일상은 월간 시 카페의 개인 시집과 사이버 아줌마 닷컴 유트브로 낭송되어 전해졌다. 이렇게 일상이 시가 되어 전해진 것이 어느 새 80여 편이 넘었다.
첫 시집은 그 동안 모아둔 돈으로 출간했지만 퇴직 후 연금으로 생활하는 남편의 돈을 축낼 수 없어 시집 한 권 낸 걸로 만족하자는 맘으로 위안을 삼으며 시 월간지 게재나 유트브로 낭송되는 것으로 위안을 삼았다. 이런 내게 행운이 찾아들었다. 다름 아닌 예술인복지재단에서 예술인의 창작활동을 돕는 2022년 하반기 창작디딤돌에 선정된 것이다. 예술인 복지 재단은 예술인들에게 힘을 실어주기 위해 상 하반기로 나누어 기성 예술인은 물론이고 신진 예술인들을 위해 상 하반기로 나누어 선정된 예술인에게 창작 활동을 할 수 있도록 지원금을 주고 있다. 거기에 시산맥 출판사에서 공모한 감성기획 시선에 당선되어 지원금으로 시집 출간하는 기회가 주어졌다.
벌써 2 시집 '생이 시가 되다' 가 인쇄되어 출간되었다.
첫 시집 때보다 더 가슴이 설렌다.
2 시집은 독자 들에게 어떻게 다가갈지 기대가 된다.
'흙살의 노래' 시처럼 텃밭의 일상이 시가 된 것이다. 책 표지의 사진처럼 하얀 눈속에서도 살포시 얼굴을 내미는 어린 나무처럼 코로나로 힘든 세상, 경제적으로 힘든 세상, 지구온난화로 힘겨운 세상을 들추는 약동이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