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 애의 성적표로 인해 집안이 한바탕 뒤집어졌다. 남편은 나까지 감아 넣어 한 묶음으로 옭아매었다. 그런 성적 받을 거면서 학원이고 뭐고 다 때려치우고 앞으로 공부할 필요도 없단다.
고등학교 진학을 앞두고 나름대로 정신 차려 요즘 때아니게 열심히 학원다니던 딸애는 상심으로 얼굴이 굳어버렸다. 속으로 모든 감정을 숨긴 채 표정을 잃고 다니는 아이를 보며 내 속에서 천불이 인다.
홧병이라는 거, 울 엄마 갈비뼈 사이로 잡히던 울화 덩어리가 난데없이 내 가슴속으로 들어와 자리를 잡는다.
이미 오래전에 자식에 대한 실없는 욕심 따윈 그냥 접어버리자고 담담해 지자고 그리도 내가슴 스스로 달랬는데 왜 이리 내 심사가 자꾸만 뒤틀리는지 모르겠다.
괜한 푸념이 남편에 대한 서운함으로 이어진다. 치이^^자신이라고 별시리 다른 족속인가 뭐 그렇다고 나까지 깡그리 같이 취급할 건 뭔지. 밭, 씨 중 누가 먼저고 후자란 말인지..^^
참, 부모 노릇 하기 힘들다. 요즘엔 딸아이와 어찌된 일인지 얼굴만 마주치면 상극이다. 별 것 아닌 것에도 서로가 언성이 높아진다. 그 옛날 내가 엄마랑 나누었던 도란도란 살캉달캉은 아무리 애를 써도 도무지 그림자 조차 안잡힌다.
그렇게 정겹던 모녀사이였음에도 문득문득 내가 엄마 애를 태웠던 일들이 떠올라 그럴 때마다 엄마가 나에게 했던 "너도 이 담에 니 꼭 닮은 새끼 낳아 한 번 키워 봐라. 그러면 이 에미 속이 짚힐 테니.." 하시던 말이 생각 난다.
"치이^^ 내가 뭐 엄마처럼 살 줄 알고. 두고 봐. 난 엄마처럼 안 살거야.." 쌩 하니 대답하던 자신감. 아~ 다 어디로 간 걸까. 내 가슴 치며 그 때의 나를 떠올린다. 울 엄마- 얼마나 속상하고 서운하셨을까나.
잘못했다고, 이 나이에 '엄마 저 용서해 주세요' 하면 칠순을 목전에 앞 둔 울 엄마 뭐라고 하실까. 이제 와서 내 죄를 조아린다고 지금 울 엄마의 가슴에 영원히 자리 잡은 멍울이 하하 웃으며 탈탈 손털며 떨어져 나갈까나.. 아니, 가슴 속 멍울이 톡 튀어나와 놀리듯 한 마디 날릴 것 같다. "넌, 그렇게 안 살 거라더니? 두고 보라더니 왜 그리너?"
"너도 너 똑 닮은 딸 한 번 키워봐라..." 하지 말았어야 할 이 말을 나도 내 딸에게 해버리고 말았다.
아, 울고 싶다...엄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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