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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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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미 마음이 짚힐 때


BY 최지인 2005-11-24

 

딸 애의 성적표로 인해 집안이 한바탕 뒤집어졌다.

남편은 나까지 감아 넣어 한 묶음으로 옭아매었다.

그런 성적 받을 거면서 학원이고 뭐고 다 때려치우고

앞으로 공부할 필요도 없단다.

 

고등학교 진학을 앞두고

나름대로 정신 차려 요즘 때아니게 열심히 학원다니던 딸애는

상심으로 얼굴이 굳어버렸다.

속으로 모든 감정을 숨긴 채

표정을 잃고 다니는 아이를 보며

내 속에서 천불이 인다.

 

홧병이라는 거,

울 엄마 갈비뼈 사이로 잡히던 울화 덩어리가

난데없이 내 가슴속으로 들어와 자리를 잡는다.

 

이미 오래전에 자식에 대한 실없는 욕심 따윈

그냥 접어버리자고

담담해 지자고 그리도 내가슴 스스로 달랬는데

왜 이리 내 심사가 자꾸만 뒤틀리는지 모르겠다.

 

괜한 푸념이 남편에 대한 서운함으로 이어진다.

치이^^자신이라고 별시리 다른 족속인가 뭐

그렇다고 나까지 깡그리 같이 취급할 건 뭔지.

밭, 씨 중 누가 먼저고 후자란 말인지..^^

 

참, 부모 노릇 하기 힘들다.

요즘엔 딸아이와 어찌된 일인지

얼굴만 마주치면 상극이다.

별 것 아닌 것에도 서로가 언성이 높아진다.

그 옛날 내가 엄마랑 나누었던 도란도란 살캉달캉은

아무리 애를 써도 도무지 그림자 조차 안잡힌다.

 

그렇게 정겹던 모녀사이였음에도  문득문득

내가 엄마 애를 태웠던 일들이 떠올라

그럴 때마다 엄마가 나에게 했던

"너도 이 담에 니 꼭 닮은 새끼 낳아 한 번 키워 봐라.

그러면 이 에미 속이 짚힐 테니.."

하시던 말이 생각 난다.

 

"치이^^ 내가 뭐 엄마처럼 살 줄 알고.

두고 봐. 난 엄마처럼 안 살거야.."

쌩 하니 대답하던 자신감.

아~ 다 어디로 간 걸까.

내 가슴 치며 그 때의 나를 떠올린다.

울 엄마- 얼마나 속상하고 서운하셨을까나.

 

잘못했다고,

이 나이에 '엄마 저 용서해 주세요' 하면

칠순을 목전에 앞 둔 울 엄마 뭐라고 하실까.

이제 와서 내 죄를 조아린다고

지금 울 엄마의 가슴에 영원히 자리 잡은 멍울이

하하 웃으며 탈탈 손털며 떨어져 나갈까나..

아니,

가슴 속 멍울이 톡 튀어나와 놀리듯 한 마디 날릴 것 같다.

"넌, 그렇게 안 살 거라더니? 두고 보라더니 왜 그리너?"

 

"너도 너 똑 닮은 딸 한 번 키워봐라..."

하지 말았어야 할 이 말을 나도 내 딸에게 해버리고 말았다.

 

아, 울고 싶다...엄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