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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서의 40대 직장 여성과 MZ직원과의 싸움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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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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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점괘


BY 우연 2005-01-26


남자는 짐승인가? 노. 내 남편과 아들을 보면 절대 짐승일 리가 없다.
두 남자는 집안에서 상시로 부딪히는 내게 그 느끼한 건들거림으로 호색을 한 적이 없고
오히려 나더러 옷을 좀 더 단정히 입을 수 없느냐고 점잖게 물어본다.
나는  아직은 그럴 생각이 없다. 집밖으로 나서면 지천으로 깔린 노골적인 성적 유혹 앞에서
금 쪽 같은 그들이 잠시라도 이성을 잃고 침을 질질 흘리는 호색한의 꼴로 끌려가는 불상사를
미리 막아보기 위해서는 나의 작지만 중대한 희생이 꼭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일상적인 것은 결코 신선하지도 매혹적이지도 않지.암......

호경기에 사업을 시작하여 따스한 봄날을 구가하다가 정부의 강경한 대책에 힘입어 경기는
하향곡선을 그릴 새도 없어 얼어 붙어버렸고 그 가운데 내가 있었다.
덜컹 겁이 난 나는 방면에서는 그래도 일가견을 한다는 김을 공동사장으로 하여 어느 정도는 위험에서 발을 뺏다. 그는 실무담당이고 나는 법적인 책임자인 셈이다.
특별히 가깝지도 사무적이지 지도 않다는 것이 둘 관계의 문제라면 문제이다.
모든 것을 여자와 남자라는 이분법으로 간단히 재 해석해버리는 김의 계산법이 불편하다.
어정쩡한 관계 때문에 요즘은 최대한 부딪히지 않는 것이 최선이라는 나름대로의 비책도
생겨났다.


사무실에 들어가니 주변에서 뭔가를 하고있던 정 사장이 뒤따라 들어온다.
날씨도 쌀쌀하여 둘이 유자차 한잔씩을 마시는데 넉넉한 풍채의 김 사장이
사시나무 떨듯하며 들어선다. 그간 격조했던가? 무척이나 반가워하며 너스레를 떤다.
첫인상은 늘 유쾌한 사람이다. 유머와 아부가 적절히 조화를 이뤄 사업가 기질의 절반은 먹고 가는 모양이다.
이 양반, 오랜만에 날 봤어도 또 경계가 풀리는 모양이다. 아니나 다를까 나의 옷차림에서부터 희끗희끗 늘어나는 흰 머리칼 품평을 면전에서 늘어놓는다.
그리고는 돈대주고 몸 버리고 결국 이혼 당했다는 여자 이야기에서 한푼 없는 건달이 본 마누라 내치고 어떤 돈 많고 골빈 여자 만나서 횡재했다, 어젯밤에 술집에서 도우미가 유혹하는데 내가 왜가? 에이즈 걸림 어찌하려고 식의 내문 앞 쓰레기 남 집에 떠넘기기 식의 가치 없는 이야기 따위를 늘어놓는다.   그런 이야기의 대상으로 내가 편한지가 의문스러워 미칠지경이다.


내 잣대로 나는 결백하고 넘은 싸잡아 부덕하다는 이론이 역겨워 토할 것 같다.
혼자만 알면 더 좋았을 이야기네요. 난 흥미도 없고 재미도 없네요 하고 마무리하려는데 슬금슬금 일어나 내 뒤로 와서 선 이 남자, 기어코 매를 번다.

뒤쪽에서 뻗어 오는 손을 잡아 당겨 집게와 중지손가락을 꽉 잡고 각각 반대편으로 비틀어 꺾어 버렸지만 이것으론 분풀이가 안 된다.
오른손을 크게 펼치고 그의 면전이라 생각되는 곳에 세게 한방을 후려쳐 버린다. 아구구, 내눈.....

이 개 같은 변태새끼야 , 평생 날름거리고 살아라.

대설이라는 오늘의 날씨보다 더 쌀쌀맞고 차가운 태도로 사무실을 나와버렸다.

돌아오는 길에 확인용 전화한통을 걸어 주었다. 풀이 죽은 넘아의 목소리.
경고, 여러 번 했죠?
알았어요.
다시는 안가요, 그리 알아요. 더러워서 어디.
......
자주 느껴지던 그 근질근질한 낌새에 쐐기를 박아 준건 정말 잘한 일이었다고 생각된다.
그만 때려치워 버려? 가기도 안가기도 아주 더럽잖아.
그렇지만 오늘 기분은 과히 나쁘지 않다. 귀가 길, 가판에서 펼쳐든 주간지에 내 눈을 이끈 한 글귀가 있었으니.

2005.1.20일 오늘의 운세; 옳지 않은 행동에    움직이는 것은 용기 있는 태도이나 모든 일은 때와 시기가 조화를 이뤄야  길게 평생에 걸쳐 뒤탈이 없는 이로운 잣대가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