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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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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의 색깔


BY 김정인 2014-01-20

주말 잠자리들 쯤, 남편과 딸이 나란히 이불을  덮고 누워 히히덕거리며 텔레비젼을 보고 있었다. 

설거지로 분주한 나를 향해 남편 왈 

"우리 너무 정다워 보이제? 넘 좋다.  즐겁고 행복해. 우리 딸이 얼마나 귀엽고 사랑스러운지....."하며 딸의 볼을 꼬집는거다.

하루 이틀 일은 아니다.

한달 전인가 아들교육문제로 싸울 때도 남편은 비슷한 얘기를 했었다.

"당신과 있으면 편하지가 않아. 부담스러워. 그런데 딸과 있으면 한없이 편하고 통하는 뭔가가 있어. 옛날에 회사 그만두고 1년 쉴 때 내가 유치원 데려다 주고 함께 박물관도 가고 놀러 다녔을 때 정말 좋았고. 딸은 아무 조건없이 나를 믿어주고 의지해. 나 없이는 안 되고 연약해서 내가 꼭 돌보아주어야 할 것 같은 존재랄까"

그 때도 참 섭섭했었다.

아내의 자리와 딸의 자리가 다르듯 남편이 두 여자에 대한 사랑의 색깔이 다른 것은 당연하다.

그런데 신경질이 나서 다른 방으로 팽 와버린 이유가 뭘까?

나도 연약하고 보호받고싶다.

누군가 한없이 애틋한 눈으로 나를 바라봐주고 사랑해 주면 좋겠다.

아내, 엄마, 직장인으로서 그 누군가를 힘겹게 떠 받치고 사는 억센 아줌마가 아니라 하루종일 드라마보며 히히덕거리고 아무생각없이 수다떨고 무서운 벌레가 나오면 꽥 소리지르며 남편 뒤에 숨는 철없는 여자이고 싶다.

결혼생활 18년.

아내라는 자리에서 가정을 지켜나가다 보니까 어쩔 수 없었는데, 

원래 내가 기운 센 천하장사라도 되는 것처럼 얘기하는 것이 억울하고 서럽다.

현실감각없는 남편의 뒷처리를 위해 속으로  눈물흘린 세월이 얼만데, 저런 볼멘 소리를 하는지 원......

남편은 아무렇지도 않게 지나가는 소리로 하지만, 한참동안 마음에 찬바람이 불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