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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질 수술


BY 라일락향기 2004-12-11

첫 아이 임심하고 생긴 변비.

아니 그 전에도 그랬던 것 같다.

심하게 느낀 것은 첫 아이 임심하고 부터이다.

 

십오년쯤 되었으니...

 

둘째 낳고 얼마 안되었으니 지금으로부터 십여년쯤 된 것 같다.

 

화장실에서 볼 일을 보고난 후,

변기통에 피가 물과 함께 섞여 있었다.

휴지로 닦으니 휴지에도 피가....

무서웠다. 이러다가 죽는 거 아냐 하면서...

가까운 종합병원 응급실로 갔다.

치질이란다. 심한 것은 아니지만 그냥 두면 나중에 수술해야 한단다.

그땐.

전문적으로 치질 수술하는 병원이 많지 않았다.

그 병원에서 전문적으로 수술하는 곳을 알려 주었다.

심하지 않다는 말에 그때 수술을 하지 않았다.

그리고 그냥저냥 견딜만 했다.

 

그렇게 참고 살았던 날들이 벌써 십오년쯤이 되었던 것이다.

미련도 하지.

 

2004년 2월 초.

며 칠 동안,

화장실 변기에 앉기만 하면 피가 멈추지 않는다.

며 칠 동안 계속 피가 멈추질 않은 적은 없었는데...

무서워 병원에 가지도 못하고 끙끙거렸다.

어지럽기도 했다.

 

예전 같지 않아 전문적으로 수술하는 병원이 여기저기 생기기 시작했다.

그래서

가까운 전문병원을 찾았다.

사실 부끄러워 가기도 싫었다.

병원에 들어서서 순서를 기다리는 동안,

수술하고 퇴원하는 환자들이 몇 명 있었다.

나이드신 분도 있고,젊은 사람도 있고....

그래 나만 이런 병으로 고생하는 것은 아니지...위안을 삼았다.

 

진찰을 마친 의사가 하는 말.

"심하십니다.빨리 수술을 해야 합니다.내일 아침에 오세요."

"........."

"2박3일 입원해야 합니다. 오래 되셨지요?"

"네"

"그런 분들 많이 있습니다. 근데 많이 심하시네요"

 

아프다는 사실이 나를 슬프게 한다.

이지경 될 때까지 참은 나도 한심하고 미련하고, 병을 키운 나도 참...

이러저런 생각에 가슴이 아파온다.

결핵을 앓으면서 힘들었던 시간들,위가 아파 토해내며 살았던 날들,,,,

결혼해서 시부모와 함께 살면서 힘들었던 지난날.

아내의 말을 한 번도 제대로 들어주지 않던 남편.

누구에게 하소연 한마디 못하고 살았던 지난날.

힘들었었다. 정말로.... 아이들은 셋.

혼자 삭히며 부대끼며 갈등하고 살았던 지난날들이

지금 이시간 아프다는 이유로 떠오르는 것일까.

마음이 약해진다.

 

입원준비를 해서 병원으로 갔다.(혼자서)

피가 나왔으니 혹 장에 별 이상이 없는 지 대장 내시경을 해야 한단다.

다행이 이상이 없단다. 단지 치질 때문에 피가 나왔단다.

수술실에 들어갔다.

하반신 마취가 들어갔다. 허리아래부분부터 감각이 사라진다.

엎어 놓고 수술은 시작되었다.

하반신 마취라서 정신은 또렷했다.

의사와 간호사 그리고 보조(?) 세 사람이 수술 진행을 했다.

이것 저것 물어본다.

자면 안 된단다.

젊은 의사인 것 같았다.

가족사 부터 물어본다. 딸이 셋이라고 했다.

의사도 딸이 셋이란다. 아이들 교육문제등등등.

수술하는 동안 입안에 침이 마르도록 이야기를 했다.

치질 수술은 보통 10분,20분이면 끝이 난단다.

근데 난,

무지 심한편이라서 한 시간 정도 했다.

나 같은 사람은 백명중에 다섯 명 정도란다.

왜 이렇게 참았냐고 한다. 가슴이 시려온다.

그렇게 수술은 한 시간 정도 걸려 끝이 났다.

회복실로 옮기기 위해 나를 들었다. 허리아래부분은 아직도 아무 감각이 없다.

 

입원실에 누워있는 동안에 많이 힘들었다.

 

퇴원하고 나서 보름이상 얼마나 아팠는지...

아이 낳는 거 이상이었다.

 

워낙 심해서 더 그랬단다.

 

세월은 참 빠르게 흘러간다.

수술한 곳이 아물고 이젠 정상이 되었다.

진작에 할 걸 걸 걸....

 

결핵을 앓고 난 후, 치질 수술하고

몸과 마음이 많은 상처를 입으면서

많은 생각을 했다.

 

그 뒤로...

난,

많이 달라져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