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지뽕 액기스를 걸러 내고 남은 건더기를 마땅히 이용 할 방법이 없었다.
그래서 소주를 부어 두어 둘까. 그냥 버릴까. 고민 중이었다.
우리 집에는 소주 좋아 하는 사람이 없어서.
남편이 눈발 날리는 바람 속을 걸어가 사 온 소주병을 들고 나의 눈치를 살폈다.
안되겠다. 아까워서. 이걸로 쨈을 만들어 봐야겠다. 했더니 그래 잘 생각했다. 하면서 자기도 속마음으로 아까웠다고 하였다.
소주를 부어도 나중에 틀림없이 매실과 달라 쓸데없어서 버릴 거라고 생각했다고 하였다
구지뽕 나무의 약효가 혈액순환을 해주고 피를 맑게 해준다.
식욕증진 노화방지 심장병에 좋다.
암 예방에도, 만성 간염에도 자궁 냉증 생리불순에도 좋다.
신경통 관절염 요통에도 좋다.
만성요통 무릎통증에 좋다.
이렇게 좋다고 하는 나무의 열매인데 액기스만 빼고 버린다는 건 아니다 싶었다.
그래서 밤 9시에 구지뽕 건더기를 따뜻한 물로 부어가며 걸러내었다.
쉽게 할 것 같았던 일이 상상외로 오래 걸렸다.
두 시간 넘게 저어가며 되직하게 졸여서 다 끝나고 나니 밤 12시 반이 넘었다.
그렇게 만든 구지뽕 쨈은 달지 않아 좋았다.
액기스에 설탕물이 빠져 나간 데다 또 물을 부어 졸여서인지 향기도 좋고 설탕 맛이 없이 담백했다.
신기했다. 처음으로 만들었는데. 마음에 쏙 들었다.
빵에다 발라 먹어 보았다.
평소 다른 쨈을 먹으면 어금니가 들쭉 거렸는데 구지뽕 쨈은 개운하니 이상이 없었다.
단 것 싫어하는 우리 애들에게 아주 이상적인 쨈이 되었다.
무릎 안 좋아서 아침이면 구지뽕 액기스를 물에 희석하여 한 컵씩 마셨었다.
그래서인지 아니면 무릎에 좋다는 홍어를 묵으로 만들어 먹어서인지, 아무튼 작년부터서 무릎에 파스를 붙일 일이 없다.
아마 부지런히 걷기 운동까지 겸해서겠지만 통증도 거의 없어졌다.
우리 딸이 오늘 일주일 만에 집에 오면 칭찬해 주겠다.
이런 걸 어떻게 생각해 냈느냐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