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 아침인데도 햇볕이 뜨거워
천천히 걸어도 얼굴에 땀이 줄줄 흘렀다.
바람도 별로 없는 소나무 숲 속에서
매미가 울어대었다.
듣다보니 올 여름 들어 처음 들어 보는 매미 소리였다.
내가 이상한지 매미들이 늦는 건지
칠월도 중순인데 이렇게 조용하기만 하다.
주룩주룩 장맛비 속에 우산 쓰고 나갈 일 없었으니
장마 철 대비하여 밑반찬 준비 한다고
생각만하다 말았던 것이 오히려 잘한 일이 되었다.
비가 오기를 바랐던 사람들에게는 안 된 일이었고
비가 오지 않기를 바랐던 사람들에게는
다행한 일이었으리라.
특별하게 해내야 할 일 없어
그저 집안의 매미가 된 나에게
뙤약볕이 집중 쏟아지나 보다.
요 며칠 선풍기 바람으로는 땀이 식혀지질 않는다.
괜히 더위 먹은 짜증을 남편에게 말꼬리 잡아
콕콕 땅겼더니 남편 하는 말
"나는 지금까지 자네하고 25년을 살아왔는데 한 번도
자네를 미워 한 적 없었네. 또 한 번도 이혼을
생각해 본적도 없었네. 그냥 자네가 싫어지지가 않아.
어쩌다 짜증 낸 적은 있었지만."
"뭐 나도 그랬어. 히히."
이래서 또 내가 수그러들었다.
그리고 오늘 아침
"이거 자네 용돈이네. 파마도 하고 만난 것도 사먹소."
하고 남편은 용돈을 주고 출근을 하였다.
띠리리~ 더위를 먹은 나에게 특효약은 용돈이었나.
그것이 아니었는데.
그 참 미안허구만,
하는 수 없다.
소리 작은 쓰르르 매미 흉내나 내며 여름 낮을
견디어 보아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