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버작가

이슈토론
14세 미만 아동의 SNS 계정 보유 금지 법안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배너_03
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조회 : 1,499

어떻게 해야하나


BY 자화상 2007-02-13

늦되어 초등 4학년으로 올라 갈 여자 아이가

정신 연령 초등 일학년 수준의 말과 행동을 하여,

그 아이를 약 4개월정도 바둑으로 지도하며 도움을 주고 있다. 

 
처음엔 1분도 입을 다물지 않고 떠들고

몸은 몹시 산만하여 마음가는데로 눕거나 앉거나 서거나

비틀어 앉고 발을 뻗어 옆의 아이들을 차거나 하였다. 

 
그 아이에게서 한가지 내 마음에 드는 건 웃음이었다. 

잠시도 웃지 않으면 견딜 수 없을 정도로

즐거움이 그 아이의 마음에 가득했다. 

누가 재채기만 하여도 웃었고 방귀만 뀌어도 드러누워 웃었다. 

그 아이 웃음 바이러스가 다른 아이들에게도 전해져

모두 따라 웃어 때로는 억지로 웃지 못하게 할 때도 있다.

 
바둑돌은 제대로 쥐고 놓지를 않았고

단수만 가르쳐 주는데 한 달이 흘러 갈 정도로

마음 내키는대로 집중을 하였다.

그래서 어떤 날은 심하게 나를 힘들게 하였다. 

그런데 또 한가지 신기한 게 발견되었다. 
더하기 빼기는 손가락을 짚어가며 하면서

어떻게 구구단은  빠르게 답을 할 정도로 잘 하는지 

그게 참 궁금하다.

아마 누군가 반복해서 열심히 지도를 해주지 않았나 하는 추측이다.

 

이해력과 기억력도 좋다.  
나는 그 아이에게서 가능성을 발견 했다. 
그리고 이야기 듣는 걸 좋아하고

자기에 대한 관심과 사랑을 원하고 있음을 읽어내었다. 

 
칭찬을 하면 눈빛이 반짝였고 과제를 내주면

아주 열심히 해내려 노력하였으며

날이 갈수록 나에게 정을 붙이고 있음을 느꼈다. 

같이 옆에서 도움을 주며 깨우치게 해주면

아주 열성적으로 끈기를 보여 주었다. 

그러다 내가 바빠서 혼자 하도록 과제만 주면

내 주위만 빙빙 돌며 내 비위를 거스려 관심을 사고 싶어하였다. 

 
힘들어도 다른 아이 두배로 정성을 들여 진심으로

쓰다듬어주고 용기를 주고

열심히 공부해서 선생님이 되라고 꿈을 주었다.

 
그 아이는 욕심이 많아서 내가 다른 아이에게 관심을 보이면

금세 눈에 띄는 행동으로 나를 자기 옆에 잡아두려 애썼다.  
그리고 상대의 아이와 사귀어라 결혼해라 하면서

내 반응을 살폈다.

그러면 "난 너와 사귀고 너와 결혼 할 거다" 이렇게 말해주면

좋아라 씨익 웃는다.

이를 다 드러내놓고 웃을 때면 또래의 아이들처럼

똑똑해 보이고 뭐든 잘 할 수 있을거라는 희망도 보인다.


3개월이 지나면서부터 어느정도 암산을 해내고

바둑을 한판씩 끝까지 두고 집계산까지 하고 있다. 
많은 발전을 하였다. 
요즘은 자세가 너무 예쁠 때면 안아주고

껌이나 과자를 상으로 주고 있는데,

더 잘 하려고 가끔씩 눈빛을 빛내며 노력하고 있을 때면

참말 사랑스럽고 대견해 보인다. 

그런데, 오늘 나는 완전한 사랑을 보여주지 못했다. 
그 아이가 오늘따라 자꾸만 내 볼에 뽀뽀를 하고 싶어 달려들고

내게 뽀뽀를 해 달라고 졸랐다. 

다른 아이들이 많이 있고 우리의 행동을 자꾸만 주시하고 있어서
나는 거부를했다. 

요즘은 아이들 성추행 의심들이 많으니

다른 아이들이 집에 돌아가
어떻게 전달을 할지 얼른 판단이 서지 않아 일단 과제를 주며

그 과제를 확실하게 해 놓았을 때 뽀뽀해 주겠다고 약속을 하였다. 
그 아이는 뽀뽀를 받으려고 과제를 하다가 결국은 못하고

스스로 뽀뽀받기를 포기하였다. 
나는 느낌으로 그 아이가 서운해 함을 알 수 있었다. 

내 생각이 옳았는지 틀렸는지

내 마음을 이해하기 어려워서 마음이 편치가 않다. 
그 아이에게 혹시 상처가 되지는 않았을까?
오늘 밤 곰곰히 생각해보고 내일 그 아이가 또 뽀뽀하자고하면

마음가는데로 쉬운 과제를 주고

칭찬거리를 만들어 상으로 안아주고 뽀뽀해줄까 한다. 

참! 그 아이 여동생이 함께 바둑을 배우고 있는데,

옆에서 하는 말이

"선생님 요즘 우리 언니 엄마한테 뽀뽀를 못 받고 있어요."

하기에 "왜?" 하고 물었더니

"엄마 말을 안들어서 엄마가 미워해요." 하는 말을 들었다. 

 
그럼 내게서 엄마의 애정을 원하고 있다는 말인가?

이러한 생각이 들어 안타까웠다.  

 

 2007.2.13.

|||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