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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자문화제에서 어머님의 걸음이


BY 자화상 2007-02-13

명절을 보낸 후 모처럼 내게 한가한 주말이 왔다.

마음에 여유가 없어 미루었던 파머를 할까?

약간 거리가 먼 곳의 가을 산이나 올라갔다 올까?

그러다 시골 어머님 생각이 났다.



닷새 전에 담아 놓은 배추김치, 열무김치, 얼갈이에 쪽파를 섞은

김치가 알맞게 익어 시어머님께 갖다 드리고 싶어졌다.

그래서 우리 토요일 아침 일찍 시골에 가자고 했더니

남편 코를 벌름거리며 좋아서 어머님께 전화 드렸다.



토요일 아침에 남편은 새벽시장을 가서 산 낙지를 사왔다.

난 그 사이에 밑반찬을 만들었다.

급하게 간편하게 연포탕을 끓여서 담고 각종 김치를

작은 반찬 그릇마다 채워 담았다.

그리고 엊그제 사다 넣어 둔 과일들을 분류하여 담았다.

식용유며 포도즙 등 챙겨 담아 놓고 급하게 아침 식사를 하였다.



시골에서 가까운 마을에 사는 시누이에게도 전화를 하였다.

하루 모든 일과를 쉬고 우리랑 놀자고.

약속하고 출발하여 차를 쉬지 않고 한 시간을 달려 시누이 사는

근처까지 갔다. 그랬는데, 고모부가 일해야 한다고 못 가게

하였다며 포기를 하였다.

여행은커녕 때때로 꽃구경도 못하고 사는 시누이가 안 되어 무거운

마음으로 시골에 갔다.



어머님은 우리가 가져온 반찬들을 보시고 바로 나가셔서

이웃에 사는 아짐과 아제 그리고 몇몇 친하신 분들 모시고 왔다.

점심을 집에서 먹든지 아니면 나가서 사 먹든지 하려고

그냥 큰 도시락으로 담아 간 밥에다 반찬 등을 차렸다.

어머님께 잘 하는 며느리라고 한마디씩 칭찬을 해 주셔서

기분이 좋았다.

과일까지 드시고 잘 드셨다고 모두 가신 후에

우린 어머님 모시고 강진 청자 문화제를 보러 갔다.



각종 허수아비들을 많이도 전시하여 목적지가 가까왔음을 알려

주는데, 참 정성들이 대단하였다.



어머님 모시고 문화제 축제가 열리고 있는 입구부터

차근차근 구경을 하였다.

어머님은 화려하고 아름다운 청자 전시보다 각종 폐기 농기구를

활용하여 만들어 놓은 신기한 작품들을 더 관심 있게 보시며 좋아하셨다.

소나, 말, 기린 등 동물들의 형상과 메뚜기며 장수풍뎅이인가 하는

여러 곤충들을 꼭 닮은 모양들을 어쩌면 그렇게 폐기 될 쇳조각들로

잘도 만들었는지 무척 신기하였다.



덕지덕지 쇳조각을 이어서 기관총을 만들어 움직이고 따따따따따

하며 소리까지 내어 아이들이 참 좋아 하였다.

그리고 폐자전거위에 사람처럼 로봇을 만들어 얼굴을 고물

녹음기로 만든 것도 웃기는데, 글쎄 쉴세 없이 로봇다리는 페달을

밟고 얼굴 녹음기에서는 신나는 음악이 나오니 관람객들이

모두 웃었다.

어머님은 그 틈에도 서울에 사는 넷째네 손자들이 보았으면 좋겠다

하시며 아쉬워 하셨다.



그리고 먹을거리들 구경하고 뻥튀기도 사먹고 하다가

곧 공연이 시작된다는 안내 방송을 들었다.

어머님께 재미있는 볼거리가 시작한다고 설명해 드리자

갑자기 어머님 걸음이 빨라지셔서 남편과 나는 웃음이 나왔다.



중간 자리부터서 어머님이 잘 보이실 것 같은 자리를 찾아 자꾸만

앞 쪽으로 이동하고 또 이동하고 하다가 드디어 앞자리에서 세 번째

자리를 차지하게 되었다.

국내거주 아시안인 댄스 체조및 민속춤 경연대회가 열렸다.

우리나라 김치 맛에 푹 젖어 한국의 아줌마로 살고 있다는 여성들의

댄스며 민속춤등과, 우리나라 아리랑 등을 부르는 그 분들의

행복해 보이는 모습들이 참 보기 좋았다.



어머님은 네 시간 동안을 졸지도 않으시고 아주 재미있어 하시며

구경을 하셨다.

맨 끝 참가 팀까지 다 구경 하시고 일어서시는 어머님은 정말 구경

잘 왔다고 하시며, 일부러 이런 거 보여주려고 데려 왔느냐며

좋아하셨다.

어머님은 시골에서 혼자 사시며 회관에 가셔서 소일하시거나

밭에 가셔서 콩이나 거두시는 일로 사신다.

그러니 간간히 우리가 다니러와 식사라도 같이 하는 걸

참 좋아 하신다.



이른 저녁을 식당에서 설렁탕으로 먹고

어머님을 집에 모셔다 드렸다.

고추 가리며 깻잎 반찬 등을 싸 가지고 어두운 도로를 살펴

오면서 우린 둘이서 흐뭇해하였다.

작은 정성 이었지만, 어머님께 즐거운 하루를 드리게 되어서

우리도 가슴 뿌듯함을 느끼며 돌아왔다.


2006.10.22. |||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