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느그들이 오늘 오리라고는 생각도 못했다."
하시면서 어머님은 깜짝 놀라시며 기뻐하셨다.
어제 어린이날인데 호야는 학교에서 다음주에 집에 가라고 안 보내 주어서 못 오고 아빠도 시아도 약속들이 없었다.
이틀 후 일요일 날 시골에 갈 계획이었었다.
그래서 우리 셋은 이른 아침 산에 올라 가던 중이었다.

남편과 나는 동시에 어버이 날을 앞 당겨 다녀 왔으면 좋겠다는 말을 했다.
시아도 찬성을 하여 우린 가던 걸음을 돌려 중간에서 되돌아 내려왔다.

나는 밑반찬을 서둘러 만들고 시아는 아침을 차리고 아빠는 시골에 가져 갈 생활용품들 챙기느라 모두 바빴다.
농어 매운탕 재료 준비까지 싸 놓고 세수하고 옷 입고 나서니 아홉시였다.

재래 시장으로 가서 어머님이 좋아 하시는 생선 장다리와 고등어를 사고 물오징어와 오이까지 샀다.

또 가는 길에 과일 공판장에 들러 제일 좋은 딸기 한 상자를 샀다.
시아버님 산소에 차려 드릴 과자와 소주 과일을 준비하고 나니 꽃집이 우리가 가는 방향에는 없어서 카네이션은 그냥 우리 셋의 얼굴로 대신 하자고 하여 함께 크게 웃었다.

가는 도중에 전화를 드려서 반찬 준비는 하지 마시고 밥만 해 놓으시라고 말씀 드렸더니 정말로 오는 중이냐고 놀라시며 좋아하셨다.

날씨가 너무 좋은 나머지 더웁기까지 하였다.
반가워 하시는 어머님 뵈니 이틀이라도 앞당겨 찾아 뵈온 것이 잘 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점심을 차리는데 전기 밥솥의 열고 잠김의 버튼이 뜯어져 손가락으로 열어야 할 정도로 망가져 있어서 깜짝 놀랬다.
어머님은 그렇게 불편하게 사용을 하시고 계셨던 것이다.

점심을 먹고 읍내로 나가서 전기 밥솥을 사다 드렸다. 돈 들었다고 걱정 하시면서도 좋아 하셨다.

봄 나들이를 나가려고 했는데 재 작년에 결혼 한 큰 조카 내외와 그의 동생이자 시댁의 장손이 할머니 뵈러 내려 오고 있다는 전화가 왔다.

마치맣게 내가 있고 내가 가져 간 밑반찬과 생선들이 있어서 손주 사위와 장손을 대접할 수 있게되어 다행이라는 어머님의 말씀에 내가 잘 한 일도 있다는 게 기분 좋았다.

오랜만에 조카들과 저녁을 먹고 헤어져 출발하여 집에 돌아 오니 밤 여덟시가 넘었었다.
조카들이 안 왔으면 어머님 모시고 나들이 좀 다녀왔을 텐데 모처럼 좋았던 날씨를 그냥 보내서 약간은 서운했다.

그렇지만 어머님은 나들이 보다 더 기쁜 하루를 보내셨을 거라고 생각된다.
손주들이 서울에서 내려오고 시아까지 갔으니 정말 모처럼 어머님의 마음이 흐믓 하셨으리라고 짐작 되었다.

하루 밤 사이에 비가 쏟아지고 있다.
일요일까지 큰 비가 오겠다고 한다.
어제 어머님 뵈러 다녀왔던 일이 참 다행이었다고 생각되었다.
비가 올 때면 운전하기 위험 하다고 오지 말라 하시며 걱정 하시는데, 이번에는 우리가 좋은 날씨에 내려가서 우리 몫의 할 일을 하고 온 것 같아 기분이 매우 좋다.

2006.5.7. |||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