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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치 없이 발 빠른 날


BY 자화상 2005-05-11

어버이 날 새벽부터
준비된 마음으로 아침 재래 시장을 갔다.

몇가지 반찬 거리를 사가지고
집에서 만들어서
남편이 운전하여 시골에 갔다.

내려 올거라고는 생각지도 않았던
넷째 동서네 가족과
얘들 큰고모 부부가
내려와 있었다.

곧이어
멀지 않은 곳에 사는 둘째 고모까지 와서
명절도 아닌데
반가운 사람들을 만나게 되어
남편이 좋아 하였고
나도 기뻤다.

혼자 사시던
시어머님께서도
갑자기 밀려오는 자식들이
반가워 된장 간장등을
싸주시느라 바쁘셨고


무엇보다 아픈 둘째 아들인 남편을
더 자꾸 쳐다 보시며
안스러워 하시면서도
직장에 나가고 있다니까
건강이 좋아진줄 알고
마음이 놓인다고 하시는데
사실은 좋은 상태가 아니라는 걸
애써 설명하지 않았다.

모처럼 어버이 날에
서울에서 내려온 자식들과
어린 손자들의 재롱을
보시며 좋으신 기분을
어둡게 하여 드리고 싶지 않았다.

간수치가 높아서
복원 수술이 자꾸 연기되어
매일 무료하게 시간을 보내기 힘들고


남은 휴직 기간을 복원 수술후에
쓰기 위하여
어쩔수 없이 불편한 몸으로
직장을 다시 나가고 있는데


스트레스 받고
몸이 힘들면 더 간수치를
내려가게 할 수가 없을텐데
남편은 복직을 결정하였고
직장에서 많은 편리를 봐주어서
힘들지 않게 근무를 하고 있는데
내 속으로는 걱정이 많다.

부디 이 상태에서 더 가중되지 않고
나아지는 행운이 오기를 바라고 있다.

우리가
시골에 내려가지 않았다면
서울로 올라가는 길에
두 가족이 우리집에
갑자기 습격하려고 했는데


우리가 내려 오는 바람에
계획이 수포로 돌아 갔다고 하시는
큰 고모부의 말씀에
식구들이 한바탕 웃고
모두 헤어져 돌아 왔다.

어찌되었든
약속없이 만나는 기쁨이
더 크다는 걸 느끼며


눈치 없이 발 빠르게 하루를 내어 주고
효와 우애를 건져낸 보람 있었던 날이었다.

2005.5.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