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 돌 돌 돌... 넓은 개울의 삼분의 일만 채워 흘러가며 잔 돌 사이로 흐르는 맑은 물. 조금 아래 회동하는 물 돌이에 잠시 머물렀다가 아랫마을 앞에선 넓은 계곡으로 흐르게 될 물. 그 맑은 물위로 한 줄기 바람이 짓궂은 모습으로 닥아와 곁을 지키고 있는 바위산 위의 나뭇잎에 간지럼을 태운다. 가을을 잔뜩 머금고 있던 고운 잎들은 그 간지럼에 물위로 까르르 웃음으로 내려앉아 한 바퀴 돌아가며 손 흔들며 내려간다. 하이~얀 구름과 친구하던 맑은 하늘이 빙그레 웃으며 따스한 햇살을 물위로 쏟아 내려 보낸다. 그 따사로움은 수많은 보석이 되어 황홀경을 만들고. 서늘한 기운에 움츠려진 육신을 추스르다 돌아가려던 나를 그 햇살이 잡아 앉힌다. 어느새 해 바라기 하는 나이든(?) 여인이 되어 앉았다. 바지를 둥둥 걷어 부친 어설픈 어부(?)들이 차가운 물 속에서 한 녀석은 어망을 치고 한 아이는 연신 돌을 던지며 발을 굴러 물고기를 몰고 있다. 저리도 차갑고 맑은 물 속에 지금 물고기가 있을까. 시린 다리를 동동거리던 그네들의 환희에 찬 소리가 들려온다. '와 ~ ~ ~ ! 엄마 이것 좀 보세요. 물고기가 잡혔어요.' 어설픈 태공들이 드디어 물고기를 잡았단다. 오! 대단한 태공들이야, 후후. 뜰채엔 아이들 손가락만한 다섯 마리의 고기들이 꼬물거리고 있다. 맑고 깨끗한 물 속에서 신선한 공기를 마시고 자란고기 들 이라서인지 몸속까지 투명한 물고기들. 또 다른 자연의 모습을 본다. 어쩌면 저리고 맑을 수 있을까. ............ . 그 투명함에 시선을 떼지 못하고 한 참을 바라봤다. 자연이 만든 모든 것들은 아무도, 제 아무리 솜씨 좋은 예술가라 해도 흉내 내지 못함을 살아 갈수록 느껴진다. 할머니 몰래 들고 나온 고운 채 안에 담아 물위로 끌고 다니며 신이 난 아이들을 바라보며, 깊어가는 가을 소리와 농익은 그 내음에 빠져들었다. 햇살이 줄어들고 서늘함이 느껴져 돌아보니 산 중턱에 황혼이 일렁인다. 잡은 고기들을 다시 자연으로 돌려보내고, 휘이익 돌아가는 바람에게 작별하고, 내리는 어둠과 여기저기서 피어오르는 저녁연기에 발걸음을 재촉하는데 현실의 소리들이 내 귀에 왕왕거린다. 이제 한 여인의 일상으로 돌아가야 한다. 식솔들의 바라지에 시간을 내 주어야 한다. 그 시간들이 지나가면 또 다시 자연의 모태 속에서 내 영혼의 소리를 들을 수 있겠지. . . . 가을이 가득한 그 곳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