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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조회 : 877

우리 찬이


BY 하나 2004-10-09

우리 찬이는 여섯살입니다.

동네 어린이집에 다니죠.

입학한지 얼마 안되서 어린이집에서 가정통신문이 왔더군요.

'찬이는 너무나 예의바르고 착합니다. 그런데 밥을 잘 먹지 않아요. 숫자도 잘 쓰고, 한글도 익혀서 수업하는데 지장이 없고, 집중력이 아주 좋습니다. 그런데 너무 조용하고 수줍음을 타서 그런지 친구들과 쉽게 못어울리는것 같습니다. 어떤때는 있는지조차 모를 정도입니다..."

도대체 누굴 닮아서 이럴까 속상하더군요. 집에서는 까불까불 잘도 노는데

밖에서는 그렇지 않은가 봅니다. 내가 우리 찬이를 잘 모르고 있구나 싶어 서운한 맘도 들고 선생님이 써준 글자 하나하나 마음에 남아 답답하기도 한데 그렇다고 아이한테 뭐라할 수도 없고....

그림책을 보고 있는 찬이에게 슬쩍  물었죠.

'찬아...너 어린이집에서 수줍음 많이 탄다며?'

'...........'

'찬아, 엄마가 묻잖아.!!'

 

 

 

 

'아니예요!!! 나 어린이집에서 미끄럼 많이 타요!!' ㅠ.ㅠ  (2002년 6월 )

 

이렇게 녀석은 내 빛바랜 일기장 속에서도 싱그럽게 자라나고 있다.

 

퇴근해 보니 둘째 녀석이 곤히 잠자고 있었다. 하루종일 온 동네를 이리저리 왔다갔다하니 피곤할만도 하지, 다리도 아플게다.

녀석이 자는 동안 좀 편하게 저녁밥을 먹을 요량으로 서둘러 밥상을 차린다.

아니나 다를까 한숟가락 뜨고나니 녀석이 달그락 소리에 예민하게 반응하듯이 벌떡 일어나 앉는다. 잠에 취해서도 두리번 두리번 사람을 살핀다. 내가 있으니깐 이내 쓰러지듯 내게 엎어지며 찡찡거린다. 잠을 실컷 못잔게다. 녀석을 얼르고 달래도 유난히 앙탈을 부리길래

"이제 그만해야지!!"하고 경직된 소리를 내니 녀석이 이내 입을 비죽거리고 급기야 눈물을 흘리며 울어버린다. 그러더니 이게 웬일이람?

녀석은 즈이 형 한테로 가서 안긴다. 이를테면 자기를 좀 달래달라는 것이겠지.

그 모습에 다들 웃고 말았다.

큰 아이도 한 술 더 뜬다.

"오..우리 아기를 누가 그랬어.." 이러면서 아기의 등을 토닥토닥 거리니 이내 녀석은 울음을 그치고 가만히 무릎에 기대어 있다.

형이란 걸 아는지 참으로 신기한 장면이었다.

엄마가 혼내면 형이 달래줄거라는걸 어찌 알았누...

기특하기도 하다.

터울이 많이져서 걱정했는데 기우였나보다.

녀석이 그러거나 말거나 밥을 먹기 시작한다.

자꾸 받아주고 하면 응석받이가 될 것 같아서...

그때 큰 녀석의 말이 귓전을 때리고 다시 온 가족을 웃음바다로 만들어 버린다.

"아이구, 금쪽 같은 내동생...형아랑 밥먹자.."

금쪽같은 내동생?

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

아들들아..너희들은 오늘도 이 엄마를 실망시키지 않고 열심히 자라고 있었구나.

늘 그렇게 서로를 토닥이며 지내야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