팡이 내가 솔솔 풍긴 지하실에
장마철이 초대를 받아
새로 바른 벽지에
푸르스름한 꽃을 소복이 피운다.
동네어귀인데도
물놀이하듯 신나게 달리는 택시가
고인 물로 일격을 가할 줄 알았지만
흥건히 적신 옷에서 비의 얘기를 듣는다.
‘땅에서 올려 보낸 슬픈 얘기가 너무 많아
그 눈물이 가지고 왔노라고 .....‘
‘옛날에는 멀찌감치 차 바람소리만 들려도
우산으로 미리 막고 기다렸지.
네 탓이 아니야.
흠뻑 젖어 엉클어진 심사를 더 휘젓고 싶었단다. ‘
촉촉이 젖어간 우리의 대화 속에
당신은 옛날 사람이었네.
옛날과 현재의 기점이 돼버린 당신.
당신이 그어놓은 선을 지워보려
옷을 적셔본들
옷을 바꿔입어본들
당신 땜에
옷이 또 적실 것 같아.
그렇지만
당신 땜에
비의 얘기를 들었고
구름길이 새카만 하늘과도
살을 파고드는 매서운 바람과도
쾌쾌한 내를 풍기는 곰팡이와도
..........
당신 빼고
사연 많은 주위엔 다 친구더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