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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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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 땜에


BY 박엄마 2004-07-19


                       

 


팡이 내가 솔솔 풍긴 지하실에

장마철이 초대를 받아

새로 바른 벽지에

푸르스름한 꽃을 소복이 피운다.



동네어귀인데도

물놀이하듯 신나게 달리는 택시가 

고인 물로 일격을 가할 줄 알았지만

흥건히 적신 옷에서 비의 얘기를 듣는다.


‘땅에서 올려 보낸 슬픈 얘기가 너무 많아

그 눈물이 가지고 왔노라고 .....‘



‘옛날에는 멀찌감치 차 바람소리만 들려도

우산으로 미리 막고 기다렸지.

네 탓이 아니야.

흠뻑 젖어 엉클어진 심사를 더 휘젓고 싶었단다. ‘


촉촉이 젖어간 우리의 대화 속에

당신은 옛날 사람이었네.


옛날과 현재의 기점이 돼버린 당신.

당신이 그어놓은 선을 지워보려

옷을 적셔본들

옷을 바꿔입어본들

당신 땜에

옷이 또 적실 것 같아.


그렇지만

당신 땜에

비의 얘기를 들었고

구름길이 새카만 하늘과도

살을 파고드는 매서운 바람과도

쾌쾌한 내를 풍기는 곰팡이와도

..........


당신 빼고

사연 많은 주위엔 다 친구더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