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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씨에게 남학생 방을 쓰지 못한다고 한 학교의 방침이 차별행위라고 생각하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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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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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쿠~~아야!!'


BY 蓮堂 2004-12-07

 

 
 * 가게를 꾸려 나가면서 생겼던 에피소드 하나.........


가게문을 연지 얼마되지 않는 이른 시간에 별로 나이들어 보이지 않는 남자 하나가 들어왔다.
입은 행색도 말끔하고 .......
나를보더니 90도 각도로 꺾어지면서 뭔가를 내민다.

매년 이맘때면 유행병처럼 찾아오는 장애인들의 구걸행위가 아닌 동정이었다.
그럴땐 긴가민가로 일관하다가 결국엔 지폐 한장을 들려 보내야 맘이 편했었다.
내가 장애인 복지 단체에 몸을 담고 있으니 그냥 지나친다는 게 이치에 맞지도 않았고..

이남자가 내미는건 '장애인 복지.......'어쩌구 저쩌구.....
말하자면 장애인이라걸 입증하는 일종의 증명서였다.
농아 인지 손짓 발짓으로 찾아온 목적을 알리고자 기를 쓰는것 같았다.

"어디서 오셨어요?"
순간 난 그 사람이 듣지도 말하지도 못하는 사람이라는걸 잊고 우문을 했다.
그러자 그사람은 손가락으로 뭔가를 쓰는것 같았는데 약간 의심이 갔다.

아마 입모양을 보고 지레짐작으로 그렇게 답을 했을거라는 생각을 했지만
이 남자 어디선가 본듯한 기억이 자꾸만 의심의 꼬리를 자르지 못하게 했다.

어디서 였을까.
어디서 보았던 이 남자가 장애인이라는 인상을 받은것 같지 않았다.

모험을 해 보기로 했다.
걸려들면 다행이고 아니면 미안하다고 사과 하면 될거고.......

이런 생각이 들자  난 입밖으로 소리는 내지 않은채 입만 달싹거리며 뭔가를 말하는 시늉을 했는데 이남자  귀를 세우면서 뭔소리라도 들을 자세를 취했다.
쉽게 말하자면 잘 안들리니까 큰소리로 얘기 해 달라는 주문 같았다.

그럼 완전 농아지만 작은 소리는 알아 듣는다는 얘긴가?
농아는 청각장애를 겸하고 있다는데......

그래서 한번 더 물었다.
"제 말 못 알아 들으세요?"
이남자는 고개를 끄덕이더니 계속 손을 벌리고 서 있었다.

찜찜한 생각이 들었지만 그래도 믿어 보자는 쪽으로 맘이 기울면서 지폐 한장을 건네 주었다.
이남자 두번째로 90도 꺾어지면서 출입문을 밀고 나가는데....
마침 들어오던 사람과 문을 밀고 당기는 과정에서 부딪혀서 그대로 나동그라졌다.

"아이쿠.........아야!!"
그 남자는 자기도 모르게 비명을 지르며 땅바닥을 손으로 짚었다.

난 튕기듯이 자리에서 발딱 일어나서 그 남자가 미처 주머니에 챙겨넣지 못한 지폐를 빼앗아 집어 들었다.

"난요....멀쩡한 사람에게는 돈주지 않아요....더구나 사기꾼에게는 더.........."

아무리 곤궁하고 형편이 어려워서 사기를 친다고 하지만 사기중에도 장애인을 사칭한 사람이 가장 치사하고 더럽다

하루종일 맘이 무겁고 편치 않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