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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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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변태같은 넘이..


BY 蓮堂 2004-11-24

 

옛날 옛적에..

강산이 두어번 하고도 몇번을 거꾸로 돌아가 있던 시절의 찔금 거리며 눈물 쏟았던 일이었다.

 

직장이랍시고 아침에 출근해서 저녁 6시면 어김없이 - 야근할때도 많았지만 - 퇴근하는 그래도 그 지방에서는 소위 잘나가는 직장에 다니던 때였다.

 

조금이라도 퇴근시간이 지체되면 빳빳하신 아버님 성정에 자전거를 끌고 내려 오셨다.

혹시라도 늦은 시간에 혼자다니다가 험한꼴 당할세라 노심초사 하셨던 아버님이시다.

그래서 뒤에 타고 이런저런 얘기 나누며 부녀간의 끈끈한 정을 나누기도 했다.

 

야근이라도 하는 날이면 아예 사무실 밖에서 진을 치고 기다리렸다가 창문 너머로 안을 흘끔거리시며 조바심을 하시기도 했었다.

서둘러 잔무 처리하고 아버님 자가용에 올라타면 대뜸 뱉아내시는 말씀이 있었으니

"무신일을.. 어엉....다큰 기집아들을 밤낮없이 시키고....읍장이면 다냐?"

 

좋은말로 안으로 굽는 팔을 바깥으로 휘게 해야하는게 또한 내 입장이었다.

"아부지...다들 하는 야근인디요...저라고 머 특별납니까?"

"그럼 ...특별나지....특별나고 말고......"

항상 맏딸에 대해서는 환상을 버리시지 않으셨던 고지식하신 아버님이셨다.

 

그런데 그날은 어쩐일인지 늦은 퇴근인데도 불구하고 아버님이 마중을 오시지 않으셨다.

전화를 드리니까 불밝은 큰길로 오라는 당부만 하시고 직무유기를 하셨다.

 

아마 여름이었던것 같다.

걸어서 15분 거리를 논둑길도 지나고 철길옆을 스치면서 어스름이 깔리기 시작한 신작로를 혼자 터덜터덜 걸어갔다.

지나는 행인도 없었고 그당시 역장 관사로 쓰던 일본식 건물을 지나는데 그 관사 옆 도로변에는 풀이 무성하게 우거져 있었다.

 

아무생각없이 그 옆을 지날려고 하는데 뭔가가 희끄므레하게 움직이는게 보였다.

요즘처럼 가로등이 흔했던 시절도 아니고....

안력을 높혀서 움직이는 것의 정체를 파악 할려고 가까이 다가간게 화근이었다.

 

왠 남자였다.

그 남자는 소변을 보고 있었던 모양이다.

내가 다가가자 그 남자는 뒤를 돌아 보다가 나하고 눈이 딱 마주쳤다.

(그때도 시력이 안좋아서 곧잘 실수를 했다)

 

그런데 이남자가 나를 보더니 희죽이 웃는게 아닌가.

난 기절할듯이 그자리를 도망쳐 나올려고 하는데 이남자가 나를 불러 세웠다.

"처자......여길좀 봐봐"

 

내가 조금만 더 영악하고 약간만 똑똑 했어도 그런 수모는 안 당했을 것이다

등신같이... 부른다고 돌아보니.....

 

그 남자는 볼일보던 그 자세 그대로 돌아서서 나보고 손짓을 했다.

그리곤 그 남자가 손가락으로 가리키는 쪽으로 시선을 돌리다가 난 거의 까무라치듯 소리를 질렀다.

순간적인 이 돌발사태에 난 부들부들 떨면서 눈을 감고 그대로 뛰었다.

 

아랫도리를 다 드러낸 채 희죽거리는 그남자는 변태였던것 같았다.

놀라고 당혹스럽고 명암이 뚜렷하지 않아서 눈앞에 잡히는 그림은 없었지만 분명 난 못볼걸 보았던건 사실이었다.

 

후들거리는 다리를 끌고 간신히 집에온 나는 아버지를 붙들고 엉엉 울었다.

모든 원망은 아버지께 다 쏟아놓았지만 사실대로 밝힐수는 없었다.

그냥 무서워서 혼났다는 응석만 부렸을뿐.........

 

그날 이후로 그길은 나에게 요단강이었다.

어쩔수 없이 지나칠때면 그날처럼 두눈을 꼭감고 숨도 안쉬고 달아나듯이 그 길을 벗어났다.

 

이나이에 만약 그런 수모를 당했다면 어떻게 대처했을까

역시 두눈 감고 도망쳤을거다.

아직도 쑥맥이고 등신같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