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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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있을때 잘해


BY 蓮堂 2004-06-29

요즘 항간에 유행하는 노래 제목이지만
이 말을 엑기스로 납작하게 압축 시킨 말이 있다.

'脣亡齒寒(순망치한)'
즉, 입술이 없으면 이빨이 시리다는 뜻이다.

古史에 의하면,
중국 춘추말기에 晉나라 헌공이 괵을 치고자 했는데 괵을 치자면 옆에있는 우나라를 통과해야 했다.
헌공이 우나라 임금에게 많은 뇌물을 주면서 길을 열어 달라고 했을때
허락을 한 우나라 임금에게 宮之奇라는 신하가 말리고 나섰다.
"괵은 우리에게 입술과 같은 나라입니다.
괵이 무너지면 우리 우나라도 어쩔수 없이 같이 무너질수 밖에 없습니다"
그러나 이 신하의 말을 듣지 않고 진나라에게 길을 열어준 우나라도 결국은 진나라에 잡아 먹혔다.

이 고사는
'서로 의지하는 가까운 사이에 놓여 있는 사람이 망하면 다른 한 쪽도 버티기 어렵다'는 뜻이다.

고대사를 훑어보면
고구려 2대 유리왕이 왕후 송씨를 잃고 짝지어 나르는 황조(꾀꼬리)를 보면서
짝을 잃은 슬픔을 노래한 '黃鳥歌'
물에 빠져 죽은 백수광부 남편 공후를 그리워하며 지은 노래 '公無度河歌'
일본에 불모로 잡혀간 남편 박제상을 기다리다가 돌이 되었다는 '望夫石'
장사나간 남편을 그리워하며 불렀다는 '井邑詞'

이렇게 전해져 내려오는 가사는 모두가 짝을 잃은 슬픔을 노래한 것들이다
입술이 없으니 그 이빨이 얼마나 시려웠을까를 보여주는 우리 조상들의 순애보랄까..

우리에겐 세부류의 사람들이 있다.
꼭 있어야 할 사람, 있으나 마나한 사람, 없어야 할 사람.

더불어 살아가는 세상에 우리 모두는 필요한 사람들 같은데
내 주변에서, 이 사회에서, 이 지구상에서 사라져 주었으면 하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를 가늠해 본다.
개개인으로 봐서는 모두가 소중하고 필요한 사람인데
어떤 연유로 연기처럼 사라져 주어야 하는 사람으로 대접 받아야 하는지....

戰犯이나 흉악범 또는 인륜이나 천륜을 져버린 패륜범들.
그들은 정말로 입술같은 존재는 될수가 없을것 같다.
그들은 입술이 아닌 앓던 이빨 일 뿐 없어도 이빨이 시릴것 같진 않다

내 주변에 머물때는 소중하고 필요한 사람인줄 미처 느끼지 못하다가
어느날 홀연히 떠나고 난 자리가 더 커고 뻥 뚫린 구멍 같이 보이는 사람이 있다
그 사람이  배우자 이면 말할것도 없지만 부모나 자식 또는 가까이 지내던 이웃 이었을때
우리는 비로소 그자리가 참으로 마음가득 채워졌던 자리라는거 떠난뒤에 느끼게 된다

그러나 있을때 잘 한다는게 쉽지가 않다.
소홀하게 대할수도 있고 무덤덤하게 또는 큰 의미를 두지 않을수도 있는데
소잃고 외양간 고치는 모양새만은 보이지 않고 살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유안진 교수의 '지란지교'를 떠올리는 친구가 있었다.
어스럼  저녁에 화장 안한 얼굴로 만나도 부담없었고
이빨 새에 고춧가루가 끼었어도 부끄럽지 않았고.
슬리퍼 끌고 만나도 하나도 미안하지 않은 친구가 어느날 떠나 버렸다

입술인줄 모르고 살다가 이빨이 시려옴에 그 존재를 뼈저리게 느껴야 했다.
있을때 좀더 잘 해줄걸...........

요즘 가끔은 남편이 미울때가 있다.
이빨 시려올줄 모르고 그 입술이 없어도 씩씩하게 잘 살것 같은 요망한 착각에 빠질때가 있다는 거다.
이 없으면 잇몸으로 살수는 있을진 몰라도
입술없는 이빨은 속된말로 '고무줄 빠진 빤스'요 '불꺼진 항구'다.

사람에게 최선을 다 한다는거...
최선이란 일정한 커트라인이 없지만 법, 윤리, 도덕, 이런거 다 무장해제 시키고
내 자신을 소중이 여기는 맘의 반이라도 베푼다면 이빨 시릴 일은 없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