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년전 여름의 끝자락이 보일듯 말듯하던날에 운전학원에 등록을 했다.
세상에 태어나서 남이 가진것은 다 못 가지더라도 남이 하는것은 반이라도 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남편의 성화에 떼밀려서 1종 보통으로 .....
(혹시라도 목에 거미줄 칠 일 있으면 택시 운전이라도 할 요랑으로 ㅎㅎㅎ)
그런데 생각대로 움직여 주지않는 핸들을 잡고 하루종일 씨름을 하고 나니
온몸이 가닥가닥 떨어져 나가는것 같아서 주저앉고 싶었다.
S코스 후진만 들어가면 쥐약이었다.
당당 강사가 어이가 없어서 한마다 쥐어 박는다.
"아지매요,길이 아니면 가지 마라고 했잖니껴..."
누가 모르나.....길이아닌줄 알면서 가는게 어디 이길 뿐인감?
샛길로 새는사람이 오죽해서 새겠수?
두달을 그렇게 가을햇살 아래서 운전대와 씨름하며 보내고 본 시험을 치루던날..
필기시험은 한개 틀리고 나니 왠지 자신감이 붙어서 실기시험을 얕잡아본게 탈이었다
魔의 S코스에서 탈락하고 보니 장난이 아닌걸 알았다.
심기일전해서 두번째 응시한게 Z코스에서 탈락....
세번재는 T코스에서 미역국을 먹고나니 허탈하고 자괴감에 빠져서 포기하고 싶었다.
등떼민 남편이 원망스러웠고...
차 태우는데 인색했던 강사가 얄미웠고...
추운 날씨가 이빨 갈리도록 저주 스러웠다.
모든것을 남의 탓으로 돌려서 나의 무능을 합리화 시키려했다.
그리고는 학원엘 한동안 안 나가다가 학원비가 아까워서 또 나갔다.
아니 오기가 생겨서 그냥 주저 앉기에는 자존심도 상하고..
담당 강사가 나를 보더니 한다는 소리가.
"생긴것은 멀쩡한데 하는짓은 왜 반편인지 몰라....
하여튼 우리 학원에 천연 기념물 감이야 ㅉㅉㅉㅉㅉㅉ"
혀차는 소리와 핀잔하는 소리를 들으니 합격해서 복수하고 싶은맘이 꼭대기를 찔렀다.
두고봐라.....
네번째 도전해서 합격소리를 들었을때는 아무런 감흥이 없었다.
그냥 허탈했다.
그러나 기분은 날아갈듯해서 서울 파견근무 나가있는 남편에게 자랑전화를 하니까
"창피하게..딴 사람한테는 첨부터 붙었다고 그래...것도 자랑이라고...."
명석한 마누라 인줄로 착각하고 살다가 이번에 된통 머리 맞았을거다.
그러나 또 떨어졌으면 어쩔 것이여?
안 데리고 살것도 아니면서 칭찬한번 해주면 어디가 덧나고 세금붙냐?
아침에 부적(?)을 그려주며 화이팅을 외치던 딸애가 고맙고 대견 스러웠는데
남편이라는 사람의 매너가......
그런데...........
아직도 내 면허증은 장롱 깊숙한 곳에서 긴 잠을 자고있다.
아니 딱 한번 장롱 밖으로 나온적이 있었다...
지난 선거때 주민증이 없어서 대용으로....ㅎㅎㅎ
그래도 누가 물으면 씩씩하게 대답은 잘한다.
나 운전 면허증 있다...................고............1종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