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버작가

이슈토론
A씨에게 남학생 방을 쓰지 못한다고 한 학교의 방침이 차별행위라고 생각하시나요?
배너_03
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조회 : 1,325

내가 잠들곳


BY 蓮堂 2004-06-29


사람이 죽으면 땅에 묻거나(埋葬) 화장(火葬)을 한다.
매장을 할때는 주로 풍수지리학을 인용한다.

풍수지리학은 고려초에 도선국사가 중국으로부터 들여왔다는 설(說)이 있는데
불교에서는 화장법을 택하고 있기 때문에 매장을 위해서 풍수학을 들여왔을리는 만무하다.

풍수지리학은 도읍을 정할때나 사찰을 지을때,
또는 서원을 세울때 유용하게 쓰고자 했는 것인데
오늘날 엉뚱하게 매장을 하는데 이용하고 있으니 도선국사의 취지에 크게 어긋나 있음이다.

사람이 죽으면 땅에 묻는것은 아직도 이승에서의 미련이나 집착을 떨쳐버리지 못하고
혼이 있어서 영원 하리라는 망상에 사로 잡혀서 누대에 걸친 오류를 범하고 있는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명당이란 없다.
생전에 쌓은 덕이 많으면 죽어서 묻히는 땅이 곧 명당이다.
아무리 좋은 자리라도 쌓은 덕이 없으면 그것은 이미 명당이 아니다.

명당은 살아생전에 내가 스스로 만들어서 찾아가야 하는데 악업만 행하던 사람이 죽어서 좋은 자리 찾는다면 그 자리가 어찌 명당이랴.....
풍수하는 사람치고 자손 잘 되는집이 없다는 우스갯(?)소리도 있다는게
어떤 함수 관계가 있을것 같기도 하고.....

우리나라의 산을 쳐다보면 군데군데 누워있는 故人들을 보면 맘이 착잡해진다.
죽은 사람들 때문에 산 사람들이 설 자리가 조금씩 줄어든다고 하는데,
이것은 그냥 지나치기보다는 짚고 넘어갈 문제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우선 가까운 예로 우리집안 얘기를 하자면,
선산(先山)에 계시는 조상님들의 묘자리를 보면 '악' 소리가 나온다.

다섯분이 계시는 자리가 거짓말 안 보태고 축구장 만 하다.
그 자리를 마련하느라고 수십년 묵은 소나무와 잣나무들이 불도저에 의해서
뿌리채 뽑혀 나가야 했고 주변 미관을 해치는데 일조를 해야 했다.

지관(풍수 보는 사람)을 앞세워 여기저기 훑으며 숱한자리 뒤집으며 명당을 고집하신 집안 어른들의 처사에 뜨악한 표정만 지을뿐 감히 반대의사를 드러내지 못했다.

살다간 흔적을 이렇게 남겨야 할까를 생각했다.
아직은 유교사상에서 벗어나지 않는한 우리의 산들은 계속 몸살을 앓을수 밖에 없을 것이다.

송장에 무슨 힘이 있어서 후손을 돌보겠는가.....
다만 우리의 의식속에 ,영혼이라는게 있으니까 작용을 한다고 여기고 있기 때문이다.
잘못된 일이 있으면 산소자리를 탓하는 나약한 심리가 여기서 나타난다.

요즘 심심찮게 언론이나 세인들의 입에 오르내리는 '납골당(納骨堂)' 얘기에
귀를 기울여야 할때가 온것 같다.
몇해전에 他界한 S.K 故 최종현회장의 화장은 귀감이 된다.
납골당을 지을려면 적지않은 돈이 들지만 앞으로는 국책사업의 일부분이 된다고 하니까 대를 이어서 미룰일은 아니라고 본다.

손바닥만한 국토,
아름답고 버릴곳 한군데 없는 우리의 산들이
죽은자에게 자리를 내어주어야 하는 현실에 우리는 직시해야 할것 같다.

이 얘기가 아직은 생소해서 반대하는 사람들이 많을것 같지만
무슨 일이든 진통을 겪지 않고서는 열매를 맺을수 없을 것이다.

중요한것은 의식이다.
왜 그렇게 해야만 하는지를 똑바로 인식한다면
우리의 장례문화가 바뀔날도 머지 않았을 것이다.

얼마전에 우리 집안에서도 이 납골묘를 만들어서 흩어져 묻혀있던 조상님들을
한곳에 모셔 오니까 맘이 편했다.
돈도 수월찮게 들었지만 언젠가는 해야할 일이기에 매도 미리 맞았다.

납골묘 주위를 손질 하면서 나와 남편이 들어갈 곳을 미리 봐 놓고 나니까 맘이 묘했다.
A4용지 4장 보다 조금 더 큰 그 자리에 나와 남편이 영면(永眠)할 곳이란다.
시부모님 바로 옆칸....

아무래도,
불꽃속에 名堂이 있을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