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 녀석 때문에 항상 노심초사 하던 내가
얼마전 아들 녀석의 말 한마디에 그냥 눈물을 쏟고 말았다.
여리고, 만사에 피동적이어서 늘 남편에게 타박을 맞는게 못내 맘 아팠는데
22년만에 철이 든 소리를 들으니 가슴 한켠에 파란 불빛이 튀는 소리를 들은것 같다.
올 9월 카투사 입대를 앞두고 돌연 휴학계를 내면서 부터
보이지 않는 남편하고의 갈등이 항상 맘을 조리게 했다.
부모 욕심대로 따라 주지 않아서 괘씸했고
하는 일 없이 시간 죽이며 빈둥 거리는게 남편에게는 목에 걸린 가시였던 거였다.
그런데 얼마전부터는 부지런하게 움직이고 있는게 포착 되었다.
원하는 부대에 배치 받을려면 필수적으로 통과해야 하는 관문에서 좋은 성적을 내기 위해서
영어학원에 등록을 했단다.
체력이 딸리면 훈련에 지장 있다는 이유로 헬스클럽에 가입도 했단다.
그러더니 며칠전에는 아르바이트를 시작 했다고 덜뜬 목소리로 자랑을 하는 거였다.
대기업에서 운영하는 놀이공원에 당당히 합격했단다.
외모, 메너, 언어구사,순발력,..등등
입사시험을 방물케 하는 어려운 면접에서 통과되고 보니 문득 느끼는게 있다고 했다.
그동안 너무 안일하게 살았구나....
하는일 없이 시간 보낸 지난 날이 너무 억울하고 후회스러웠고
부모님 맘 고생 시켜 드린게 죄스럽고 면목 없어서 맘이 아팠다고 한다.
이제 남은 시간중에 입대전 한달간 만은 부모님 곁에서 일도 도와 드리고 어리광 부리고 싶다고..
그래서 그동안에 지은죄 면죄부 받고 싶다고.......
전화선을 타고 들려오는 아들녀석의 자책스러운 말에 난 아무말도 할수 없었다,
내 기분을 감지한 녀석은 본래의 장난기를 발동 시켰다.
"엄마....Do you love me?"
아들녀석은 예전부터 나에게 거는 아침 인사가 'Do you love me?'였다.
대답을 하지 않으면 끝까지 따라 다니면서 꼭 대답을 받아내는 끈질김도 보였는데
내곁을 떠나고 부터는 이 인사를 들을수가 없어서 늘 서운 했었다.
오랜만에 들어보는 아들녀석의 어리광에,
그리고 결코 철 들것 같지 않던 녀석의 철든 소리에 난 그냥 '황공무지'하면서 엎드릴수 밖에..
5개월도 채 남지 않은 아들 녀석의 사회 생활에서
지난 시간동안 느끼지 못하고 겪지 못했던 일들 서서히 몸에 익히면서
2년간의 군 생활에 밑거름이 되었으면 하는 바램이다.
전화를 끊으면서 내 콧잔등을 쥐어 박는 소리를 한다.
"엄마.........무지무지 사랑해요..........아빠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