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가까이 방 한쪽을 채워주던 행운목이 서서히 말라들어갔다.
몸 담고 있는 화분이 너무 좁고 답답할것 같은 맘에 큰 분으로 옮겨 놓았더니
새집에 적응이 안되어서인지 아니면 뿌리에 이상이 있는건지
그 긴잎이 돌돌 말려 들면서 노랗게 죽어 버렸다.
이 시기에는 부지깽이를 땅에 꽂아도 싹이 튼다는데.........
하잘것 없는 식물 하나인데도 불구하고 내다버릴때의 심정은 아깝고 착잡했다.
너무 오래 내 곁에서 나의 사랑과 혼을 담고 있었고
내 손길 한번 멈춘적 없던 내 분신 같은 삶의 한 조각이었던 같다.
나하고 생을 같이 할줄 알았는데...
이것도 이제 떠날때가 되었는지............................
오래 묵어서 좋은건 친구와 술이라고 했던가.
蘭 애호가로부터 한촉에 10만원을 홋가하는 蘭을 10여촉 선물 받았는데
키우기가 까다로우니까 어느정도 키워서 준다는 말도 묵살하고 그냥 받았더니
생기를 잃고 비실비실해서 불안하다.
내 욕심이 귀한 식물 죽이는게 아닌가 해서 맘이 얺잖다
옷장을 열어 젖히고 구조조정에 들어갔다.
계절별로 옷을 넣어둔 서럽장을 거꾸로 뒤집어서 玉石을 가리는데 될수 있음 티를 잡을려고 했다.
그래야지만 쉽게 버릴수 있을것 같았다.
이옷은 너무 오래 됐다.....
이건 유행도 바뀌고...이건 너무 작고...이건 낡았고....이건 처음부터 맘에 안들어서.....
별로 옷 탐을 내지 않는 성격인데도 왜 이렇게 많은지 모르겠다.
기억에도 없는 옷이 - 입어 본 적이 없는 - 상표도 미처 떼지 않은 옷도 보였다.
누구에겐가 얻은 것 같다.
두 서랍이 한 서랍도 채 되지 않게 줄여서 못 입을건 그대로 쓰레기 통에
입을만 한 건 옷 수거함에 넣고 보니 왠지 맘에 짐을 든것 같았다.
그동안 난 너무 많은것을 가지고 있었던게 아닐까.
버리는데 인색하고 무엇이든 남겨 둘려고 내 주변이 그렇게 어수선 했던게 아닐까.
가진만큼 욕심도 늘어나고, 버리고 비운만큼 미련도 줄어든다.
법정스님의 '무소유'를 몇번이고 읽었지만 여전히 난 소유한게 많다.
이런저런 핑게와 명분으로 '내것'이어야 했고,'꼭 있어야' 했다.
어차피 맨몸으로 떠날건데.....
유행가 가사처럼 이승을 떠날때 옷한벌 건졌으니 그 또한 완전한 소유를 했는만큼
아무런 미련없이 그리고 욕심없이 그렇게 떠났으면 싶다.
그러나 세가지는 꼬옥 가지고 가고 싶다.
내 좋아하는 책이랑 수년간 모아온 Old Pop CD,
그리고 아끼는 蘭 한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