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씩 '나'라는 사람의 정체성(Identity)을 의심해 볼때가 있다.
'나'를 가장 잘 아는 사람은 '나' 이지만
또한 '나'를 가장 잘 모르는 사람이 역시 '나'라는 사실을 시간이 묵어갈수록 인정을 하게 된다.
'나'는 '나' 이니까 내가 가장 잘안다고 자부할수는 있지만
'나'에게 눈이 멀고 '나'에 대한 평가에 넘치는 점수를 주고 싶은건 역시 '나' 이기 때문이다.
다시 말하면 '나'에게 솔직하기 싫은 자존심이 '나'를 지그시 누르고 있는게 또한 이유다.
누구든 자기자신을 가장 잘안다고 오만을 부리는건 금물이다.
자기자신을 냉정하고 솔직하게 평가하기란 사실 쉬운 일이 아니다.
아니 어쩌면 알면서도 인정하고 싶지 않은 비겁함이 자리하고 있기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오늘따라 '나' 에 대해서 좀 혹독해 보고 싶어졌다.
아니 잔인할 만큼 한쪽 귀퉁이 뭉턱 잘라 버리고 싶은 날이다.
친구들의 애정어린 충고에 숨이 막히는 부끄러움과 당혹감을 느껴야 했다.
나의 무엇이 친구들로 하여금 그런 이미지를 갖게 하였는지 나 자신도 모르겠지만,
50년 동안 알속에서 단단하게 굳어버린 내 스타일과 思考가 어느 순간부터는
서서히 부화 되어야 할 필요성을 느껴야 했다.
병아리가 알에서 깨어나는 시간은 21일이면 온전한 조류에 속한다.
그런데 50년이 지나도록 겉면에 실금한줄 내지 못하는 무딘 감각에
내가 과연 메스를 들이댈수 있을지 자신을 할수 없다.
친구들이 그랬다.
나에게 접근하기가 어렵다고 한다.
말 한마디 붙히기가 조심스럽고 다가 서기가 힘든 사람이라고........
심지어 내글에 리플 하나 달기도 망설여 진다고....
편하게 대하고 싶은데 결코 편하지 않은 친구라고...
욕도 하고, 쥐어 박기도 하고, 포옹도 하고 싶은데 나한테는 그렇게 할수 없다고 한다.
사실 그랬다.
여가시간에 전화해서 편하게 수다 떨 친구가 많지 않다.
그 많은 친구들 번호 기억하는 친구는 다섯 손가락 꼽을 정도다
내 기억력에 문제도 있겠지만 관심 가지고 메모할 만한 많은 친구를 갖고 있지 않다는게 솔직하다.
(남자 친구는 전멸이다.......)
문을 열어 두라고 한다.
'문은 이미 열려 있는데 너희들이 찾아 올줄을 모른다'고 반박할 뻔뻔스러움은 갖고 싶지 않다.
다만 열려있는 각도가 어느 정도냐에 약간의 분별심은 보이고 싶어졌다.
활짝이냐....어정쩡이냐.....아니면 빼꼼이냐.........
억지로 비집고 들어올 만큼 열어 두었느냐
아니면 네활개 뻗어서도 들어올수 있게 열려 있느냐.
좀 더 쉬운 말로 하면 나보고 틈도 좀 보이고 조금은 망가지란다.
(솔직히 난 망가지는 기준을 모른다)
보수적인 틀에서 벗어날줄 알아라는 말에는 동감을 한다.
그러나 단단한 화석같이 굳어진 일상을 말랑말랑하게 주무를 자신 또한 없다
나 스스로는 헛점 투성이고 '완벽' 하고는 거리가 멀다고 생각을 하고 사는데
밖에서 보는 관점은 나하고 상당한 거리가 있는것 같다.
내 기준 보다는 친구들의 기준이 더 사실에 가깝다면 분명 난 '돌'이다.
여러 친구의 생각이 그렇게 동일하다면 문제는 나에게 있다.
그런데 그게 나의 Handicap이라는 생각은 조금도 하지 않고 산 이 무딘 감각은 어이할꼬.
누구나 자기 색깔은 다 가지고 산다
그러나 색깔이 진할때는 물을 붓고 희석 시킬줄 아는 지혜로움을 가진 사람은 많지 않다.
'개성' 이라고 방패막을 들이대면 할말은 없지만 섞일줄 아는 현명함은 아무래도 부족한것 같다.
사심없이 들려주는 친구들의 그 값진 충고에 과연 내가 반이나 보답을 할수 있을지.
그러나 '갑자기'에는 자신이 없다.
시간이 묵어서 숙성되는 시기가 조금은 앞당겨 질수 있도록 생활리듬엔 변화를 주고 싶어진다.
고마운 친구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