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집 부자는 참 묘하다.
외형적으로 닮은 구석이라고는 눈씻고 찾을래야 찾을수가 없다.
이목구비는 물론 성격까지도 완전 외탁이고,
기껏 닮았다고 억지로 헤집어서 찾아낸게 젓가락질 하는거....
(안 닮았다고 그러면 의심의 눈꼬리로 쳐다 보는것 같아서....)
이 아들 녀석이 세상 밖에 나왔을때 남편은 고개를 외로 꼬는시늉을 했다.
"이눔이 아무래도 ............."
그러면서 실실 웃는다.......좋으면 좋다고 할게지..
문득,
김동인의 '발가락이 닮았다'라는 소설이 생각났다.
아내의 부정을 알면서도 애써 인정하려는 대목이 눈물겹다.
그래서 인정하려는 부분을 '발가락이 닮았다'로 아내의 부정을 덮으려 했다는.......
(이 얘기가 갑자기 왜 생각난다냐??)
아들 녀석은 내 남동생하고 복사판이다.
그래서 남동생 녀석이 더 정이가고 살갑게 느껴 졌는지도 모르겠다.
(딸아이는 지 고모들 하고 복사판이다)
그런데, 언제 부터인가 이 부자가 서로 닮은꼴을 만들고 있었다.
보수적인 남편의 뒷 꽁무니를 슬슬 쫓아가는게 눈에 보였다.
개방적인 것 같던 아들 녀석이 언제부터인가 토종 김씨의 냄새를 풍긴다.
호주제도의 폐지에 강한 불만을 나타내는가 했더니
아직도 유교사상을 강요하시는 집안 어른들의 뜻을 거스릴려고 하지 않았다.
지난 여름 방학때 문중 수련회에 다녀오더니 시각의 각도가 조금은 달라져 있었다.
우리 문중은 매년 여름 방학때 집안의 대학생들을 상대로 수련을 시키고 있다.
3박 4일의 일정으로 전라남도 순천에서....
시조의 묘를 참배시키고 집안의 내력이나 선조들의 공적을 상기 시키는가 하면
집안에 대한 긍지를 고취 시키려는 의도를 포함해서 아이들에게 정신 훈련을 시켜왔다
처음에 수련회에 가라고 할때는 죽을상이다.
2년전에 미리 다녀온 딸애의 엄포가 아들 녀석의 기를 죽여 놓은 거였다.
"너 이제 죽었다....고문이 따로 있는게 아니여...ㅋㅋㅋㅋ"
안 그래도 소심하고 겁 많은 녀석은 꽁무니를 뺐지만 이미 접수를 해 놓은 상태고
문중에서는 매일 확인 전화가 걸려왔다.
다녀온 뒤에는 이런 저런 반응을 보이지 않던 녀석이 서서히 가랑비에 옷을 적시고 있었다.
내심 반기기는 했지만 워낙 곰팽이 냄새 나는 집이라서 은근히 걱정도 앞선다.
장가가서 지 마누라에게도 나와 같은 생활을 강요한다면 어느 여자가 버틸까...
세상이 아무리 달라졌다지만 밑둥치에 깊게 박혀 있는 뿌리가 뽑혀 질 날은 아직도 까마득 하다
굳이 뽑을려고 용을 쓸 필요는 없겠지만
성인도 시류를 따르라고 했는데 어느 정도는 벗어 버리고 싶은게 솔직한 맘이다.
내 며느리에게는 이 곰팡이냄새 물려주고 싶지 않다.
아니 물려 받을 여자가 이미 존재 하지도 않을 지도 모른다
워낙 열려있는 세상이라서.......
아들 녀석이 장가갈 나이는 아직 멀어서 미리부터 '며느리'운운 하는게 징그럽지만
언젠가는 닥칠일에 조금씩 초조해져 가고 있는것 같다
아들 녀석 보다도 남편의 시각이 문제이기 때문이다
남편은 90%는 달라져 있다고 스스로 합리화 시키지만 내가 보기엔 어림없는 숫자다.
오히려 10%가 남편이 말하는 수치다.
생각의 차이지만...
아직도 남편과 아들 녀석의 사고의 차이는 남극의 얼음 두께 만큼이나 두껍다.
지구의 온난화 현상으로 그 얼음의 두께가 얇아져 가고 있다고 하는데
우리집 부자의 사고의 두께도 자꾸만 얇아져 가고 있는게 아닐까....
그러나,
어느 싯점에서는 멈추었으면 하는게 내 바램이다.
아니 아들녀석 스스로가 멈추지 않고는 못 배길 세상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