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녀석하고 지 에비는 이상하게도 거리감을 갖고있다.
언제부터인가 다가갈려는 에비를 멀찍이 떼어 놓고 싶어한다는 거다
(필요할때는 그런 효자가 없두만...)
어려서부터 근엄하고 무게를 잡은 덕에 늘그막엔 아들녀석에게 소외 당하는것 같다
평소에도 살갑게 구는 성격이 아닌 남편,
그런 에비에게 한푼의 에누리 없이 장단 마추는 아들녀석 때문에 우리부부는 심심찮게 다툰다.
난 항상 데리고 온 자식 치맛자락에 감추듯이 방패막이가 되어야 했고
그럴때마다 남편의 언성은 상승기류를 탄다.
가장 맘에 안들어 하는 부분은 안부전화 소홀히 하는거...
딸애는 눈치껏 거의 매일이다시피 전화를 해서 응석도 부리고 애교를 뜨니까
프리미엄까지 붙어서 조르지 않는 부분까지 선심을 쓰는데...
아들녀석은 한달에 한번꼴도 안 먹힌게 허다하다.
전화 하라고 슬쩍 언질을 줘도 '무소식이 희소식'이라는 거창한 팻말만 세운다.
입이 무거운건지 무관심한건지...
못내 서운해 하고 괘씸하게 생각 하는 남편이 딱해서 아들녀석에게 쇼를 부렸다.
"아들아...아빠가 요즘 너무 힘들어 하신다..전화좀 자주 해드려서 목소리라도 들려 드려라"
반은 부탁이고 반은 명령이었다.
그런데,
남편에게서 전화가 왔다.
혹시 아들녀석에게 전화 하라고 시켰냐고...
아니라고 펄쩍 뛰는 시늉을 하면서 아들녀석이 대견하다고 칭찬을 했는데..
전화선 타고 들려오는 남편의 핀잔 소리에 맥이 탁 풀렸다.
"이사람아..자네가 시켰다는데..아빠 힘들어 하신다고...."
미쳐..미쳐...내가 돌아 버리겠다....정말...
꼭지가 돌것 같이 머릿속이 부글 거렸다.
"야.. 이 자슥아... 내가 시켰다고 하면 어떻게 하냐??"
전화에 대고 고함을 질렀는데...하이고..
이자슥 한다는 소리가.......
"엄마가 그런말 하지 말라고 안하셨잖아요...."
이게 숙맥인지 등신인지....정말 입에 거품물고 뒤로 자빠지겠다.
언제부터 그렇게까지 에미말 콩떡같이 알아들었다고 기가막힌 소리를 하냐고..
콧구멍이 두개인게 천만다행이다.
한개 같았으면 벌써 숨 막혀 죽었을거다
내일 모레면 군대 갈 녀석이 할 소린가 말이다.
만사에 피동적이고 여려터져서 군대가서 고생좀 하라고 빌었더니...
'카투사'에 철썩 붙었으니 편한 팔자는 타고 나는가 부다.
아들녀석하고 손발 맞춰서 도둑질 좀 할려고 했더니 망할것 같아 그만 둬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