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나흘 전. 일몰 사진을 찍은 후 버스를 기다리는데 차 한대가 후미진곳에서 다가왔다. 젊은이가 운전석에 앉아있었다.
내가"같이 갑시다" 하자 차를 새웠다.집 근처까지 데려다 줘서 다리 품 팔지 않고 편하게 올수 있었다.
차를 타고 오는 동안 이야기를 해보니 그 젊은이는 야생동물구조활동을 하는 사람으로 야간활동을 하기 위해서 자리를 옮기는 중이었다.
그날 일몰사진을 찍은 곳에도 철새들이 꽤 있었다.
최근 뿐만 아니라 청둥오리나 야생조류들이 떼죽음을 당하는 일이 너무 많다보니 사회적으로 큰 관심거리가 된다.
낮에는 물위에서 놀다가 해가 질 무렵이면 잠을 자기 위해 새들도 자리를 옮겨간다.
그러나 밤이면 밤대로 위험은 항상 도사리고 있어서 그들도 편한 잠을 못 잔다고 한다.
밀렵꾼들이 사정없이 쏘는 총알에, 또한 뿌려 놓은 극독물로 인해 새들이 죽어가기 때문으로,그걸 막기위해서 밤을 새워 감시한다지만 많은 어려움이 뒤따르고 심한 욕설까지 듣는다며 안타깝다는 말을 하였다.
어디에서 특별한(?)대우를 받는것도 아닐텐데 야생동물을 지키겠다는 사명감이 대단함을 알수 있었다.
누가 알아주거나 말거나 그런 것에는 전혀 관심이 없다는 듯한, 희생정신이 참으로 가치있게 느껴져 내가 괜히 미안했다.
아무런 대가없이 누군가가 묵묵히 해 주는 일이 있어서 세상이 얼마큼은 따스하다는것을.
지리산 반달 곰의 수난과 덧이나 올무에 걸려 죽는 야생동물들이 좀 많은가.
지난 겨울에 내가 사는 곳의 작은 저수지의 철새들이 떼죽음 당했다는 신문, 방송보도가 방방곡곡으로 퍼져 갔던 일이 있었다.
지각없는 사람들의 손에 의해 죽어간 철새들. 그걸 먹는 사람들과 잡으면 돈이 되는 까닭으로,
그들과 그들의 연결고리는 쉽사리 끊어지지 않고 해마다 겨울이면 으례히 나타나고 있다.
그 사건 뒤에 몇몇 방송국에서 현장을 촬영해 갔다고 한다. 그날도 어느 방송국에서 촬영을 하고 있을것이라 하기에 " 그러면 사례비라도 주고 가는냐"고 물으니 "그보다는 장비를 지원해 주었으면 좋겠다는 말을 하였다.
무전기나 망원경같은... 장비가 워낙 부족하다보니 감시를 하는데 한계가 많다고.
"밀렵꾼들은 더 좋은 성능의 무전기로 무장을 하고있어서 놓치는 경우가 너무 많아 적지않은 애로가 있다"고 하여 몹시 안타까웠다.
아무일도 하지 않으면서 세상 탓을 하는 사람들이 많은데, 그래도 무었인가 가치있는 일을 하고자 밤을 새우는 사람들이 주변에 있다는 것이 큰 위안이 된다.
나는 그 젊은이가 동물구조활동을 오래도록 하기를 바란다. 그들이 있어서 한 마리의 새들이 편히 잠들 수 있다는 안도감.
덧이나 올무에 걸려 죽는 야생동물들이 한 마리도 없는 평화로운 세상이기를.
동물구조활동이 필요없는, 야생동물들이 맘 놓고 사람들과 더불어 살 수 있는 세상이 어서 오기를 기원한다.
그들의 참 가치있는 실천이 어둠을 밝히는 한 개의 촛불로, 오래도록 꺼지지 않는 불꽃으로!!!!!!!
젊은이는 참 가치가 있는 길을 걷는 사람이오!!!
젊은이 같은 사람이 많아지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