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각틀에 보이는 세상. 보는 사람에 따라 차이가 있긴 하
지만 우리의 삶이 그 속에 담겨져 있다.
내 삶에 대해서 어디까지 책임을 져야할까 고민하게 된
다. 거역할 수도 없는 삶이기에 사나운 비바람과 폭설이
사정없이 쏟아질때면 앞을 볼수 없어서 많은 방황을 하
였다.
죄없는 하늘을 원망하던 날도 많았다. 자신의 삶을 일기
예보처럼 미리 조금이라도 알고 산다면 우여곡절없이 잘
살게 될지... 당치도 않겠지!
장마비가 내리면서 온통 먹구름일 때와 폭설이 쏟아져서
한 걸음도 나아갈 수 없을 때를 맛보며 사는 사람들이 많
다.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그런 아픔을 겪지 않으면 살아
가는 맛도 밋밋할것같으이.
재래시장에 가 보면 사는 것에 대한 가치나 의미라든가
하는 것을 눈으로 확인하며 맛을 느낄수 있어서, 뭐 특별
히 살것이 없는 날에도 한바퀴 돌아보곤 한다.
집에서 삼 십여분 걸음이면 일명 '도깨비'시장이 있다. 새
벽을 여는 사람들의 활기찬 모습이 거기에 있다.
날이 밝아올 즈음부터 서너시간 동안만 반짝 열리는 곳.
생명의 숨소리가 넘실거리는 그곳에는 내 삶에서 없어서
는 안될 소중한 이웃들이 옹기종기 앉아서 죄판을 벌이
곤 손님을 기다린다. 나물을 다듬거나 담배 한 개비씩 나
눠 피우는 외할머니같은 할머니. 갈퀴처럼 휘어진 손등과
깊게 패인 얼굴주름.녹녹치 않았던 지나온 삶의 고뇌가
꿈틀거린다.
특히 겨울에는 나무토막으로 페인트깡통에 불을 지펴
놓고서 김치에 두부(두부장수가 더러 줄때도)를 싸서 막
걸리 한 두 사발을 들이키면 불콰해진 얼굴에 웃음이 흐
른다.시시콜콜한 이야기부터 영감탱이 흉도 보고 시집간
딸네가 어쩌느니, 손주이야기며 그냥 들어주는 사람이 있
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한 위안이 되는 이야기들.
속상해서 나왔다며 알아달라는 듯 침을 꼴깍 삼키는 할
머니. 그 속에 정이 스며들고 시락국 한 수저라도 어서 떠
먹으라며 내미는 손이 푸르뎅뎅하니 동상에 걸렸다.
오가는 사람들에게 '내 물건을 사 가라고', '사가길 '바라
는 눈빛으로 무언의 흥정을 하는 모습에서 아름다운 삶
을 맛보게 된다.
아는 사람이라도 눈에 띄면 반가워서 환한 얼굴로 사가
라며 덤도 주겠다는 따스한 정을 표시한다. 그러다가 나
물 한 바가지라도 팔리면 옆 사람들 한테'그것봐. 내 것을
산다니까!'하는 만족감을 나타낸다.
그들은 일명'도깨비'시장을 생활의 한 부분으로 여기며
찾아주는 사람들을 모두 사랑한다. 그곳에는 서로가 고마
움을 알고 비록 적은 것 같지만 사랑이 담긴 물건들이 많
아서 기분이 한층 좋아진다.
값이 나가든 아니 나가든 그런 행위들에서 어딘지 모르
게 따사로워짐을 느끼게한다. 사려는 사람과 팔려는 사람
들이 어깨 부딫쳐가며 정을 나누려고 오늘도 도깨비시장
에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