휘익-
조그마 씨의 집 뒤쪽으로 이상한 소리가 지나갔어.
살풋 잠이 들었던 조그마 씨는 눈을 비비며 자리에서 일어났지.
조그마 씨는 더듬더듬 어둠 속에 손을 내밀고, 어둠이 이끄는 대로 천천히 걸음을 옮겨 습관적으로 집 뒤편에 있는 작은 텃밭으로 향했어. 그런데 말이야. 조그마 씨가 텃밭으로 난 작은 문을 화악 열려는 순간!
쿠웅-
다시 한 번 요란한 소리가 울렸어. 혹시나 잠이 확 달아날까 봐 실눈을 뜨고 있던 조그마 씨는 눈을 번쩍 뜨고 말았어. 진짜 큰 일이 벌어진 것 같았거든. 조그마 씨는 침을 꿀꺽 집어 삼키며 두근거리는 심장을 진정시켰어. 그리고, 텃밭으로 향하는 작은 문을 슬며시 열었지. 그런데 말이야. 세상에 이럴 수가!
조그마 씨의 작은 텃밭 한 가운데 아주 괴상한 물체가 박혀있지 뭐야. 은빛으로 빛나는 물체의 가장자리에는 알록달록한 전등이 붙어 있었어. 크리스마스 츄리에 걸린 꼬마전구들처럼 반짝반짝 빛을 내면서 말이야. 그런데, 전등 속에서 톡, 톡, 톡! 빨갛고 조그마한 물건들이 튀어나오지 않겠어. 자세히 들여다보니 그것은 물건이 아니었어.
온 몸이 온통 빨갛고 작기는 한데, 그것은 분명히 살아있는 생명체였지. 눈, 코, 입은 물론 손이랑 발도 있었거든. 희안한 물체에서 튀어나온 녀석들은 키득거리며 조그마 씨가 정성껏 가꾸고 있던 순무랑 배추를 갉아먹기 시작했어.
커글커글커글......
빨갛고 조그마한 녀석들이 텃밭을 엉망으로 만들어 놓고 있는데, 조그마 씨는 작은 문 뒤에서 꼼짝도 하지 못했어. 도대체 녀석들의 정체를 알 수가 없었거든.
까만 밤 하늘에는 초롱초롱 별이 빛났어. 조그마 씨는 엉망이 되고 있는 텃밭을 바라보며 하염없이 눈물을 흘렸지. 정말 슬펐겠다고? 그런데, 조그마 씨가 중얼거리는 소리 좀 들어볼래?
“내가 가꾼 채소들이 저 조그만 녀석들에게 맛좋은 양식이 되다니. 정말 행복해!”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