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회 : 1,373

빼빼로 데이


BY dasu618 2004-11-13

교실 문을 열고 들어오면서 동미도 정우도 선생님 책상 위에 초콜릿 과자를 올려놓았다. 짝꿍 혜영이도 그랬다. 선생님 책상 위에 초콜릿 과자가 수북했다.

 

  “내일이 무슨 날이라고?”
 어제 수업을 마치면서 선생님이 물었다.
  “빼빼로 데이요!”
 친구들의 목청이 쩌렁쩌렁 교실을 울렸다.
  “그게 무슨 날인데?”
 선생님이 정말로 모르면서 묻는 건지 궁금했다.
  “좋아하는 사람한테 초콜릿 과자 주는 날이잖아요.”
 천방지축 정우가 말했다. 다른 친구들도 제각각 비슷한 말들을 꺼냈다.
 선생님이 탁자를 탁탁 쳤다. 친구들이 일제히 입을 다물고 선생님을 올려다봤다.
  “세상에 그런 날이 어디 있니? 그런 거 없어. 그러니까 괜히 초콜릿 과자 사와서 선생님 이 상하게 하고 배 아프게 하면 혼난다, 알았지?”

 분명히 그랬다. 그런데 친구들은 왜 선생님 말을 듣지 않는 걸까?

 

  “선생님이 사오지 말랬잖아.”
 혜영이에게 물었다.
  “맹추야, 그런다고 진짜로 안 사오냐? 너희 엄마가 안 사줘?”
  “......”
 안 그래도 엄마가 하나 사줄까 했었다. 하지만, 나는 고개를 가로 저었다. 선생님이 사오지 말라고 하셨으니까. 그런데 다른 친구들은 모두 사왔다. 나만 빼놓고.
 갑자기 내가 진짜 바보가 된 기분이었다. 아직 선생님은 교실에 들어오지 않았다. 지금이라도 나가서 초콜릿 과자를 사올까 생각했다. 하지만 돈이 없다.

 

 드르륵-
 교실 문을 열고 선생님이 들어오셨다.
  “이게 뭐야?”
 선생님이 무서운 얼굴로 우리들을 내려다보셨다.
  “선생니임~~~~”
 친구들이 몸을 흔들어댔다. 책상을 두드리는 녀석도 있었다. 선생님이 다시 교탁을 탁탁 내리쳤다.
  “가져가라. 선생님은 싫어.”
 선생님의 표정이 딱딱하게 굳어있었다. 친구들은 말이 없었다. 어떻게 할까 고민을 하는 것 같았다. 나는 고개를 푹 숙였다. 괜한 짓을 한 것만 같았다.
  “다른 사람들이 한다고 쫓아하는 짓, 안 했으면 했는데...... 다른 사람들이 한다고 우르르 쫓아하는 거, 안 하면서 살았으면 좋겠다. 자, 동미. 정우. 혜영이...”
 선생님이 친구들의 이름을 하나씩 불렀다. 초콜릿 과자에 이름까지 써놓은 모양이었다. 두근두근 심장이 요동을 쳤다.
  “이건......”
 친구들의 이름을 하나 하나 불러가던 선생님이 주춤하셨다.
  “원성호 건데요!”
 앞자리에 앉은 혜민이가 고자질을 했다. 얼굴이 확 달아올랐다.
 초콜릿 과자를 대신한 선물. 내 필통 속에 있던 연필 두 자루였다. 나는 고개를 들 수가 없었다.
  “멋진 걸. 성호야, 이건 선생님이 가져도 되지?”
 잘못 들은 건 아닐까? 나는 고개를 번쩍 들었다. 선생님이 빙긋 웃으며 연필 두 자루를 흔드셨다. 방망이질치던 내 마음이 활짝 펴졌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