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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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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전자전, 부창부수


BY 낸시 2004-07-08

초등학교 같은 교실 같은 선생님 밑에서 공부한 남편과 결혼해서 이십년이 훨씬 넘게 살아도 이해되지 않는 부분이 많다.

시골의 이웃 동네가 시집이고 친정이니 이런 저런 소문도 절로 듣고 산다.

우리가 결혼할 무렵 시어머니의 나이 사십대 후반이었다.

시어머니랑 잘 어울려 놀던 또래의 아줌마들 사이에 울 시어머니는 이런 소리를 듣는다고 하였다.

'**면에서 가장 팔자 좋은 *'

결혼해서 남편의 가족이 되어 내가 직접 보고 듣고 하는 것은 소문과 전혀 다른 시어머니의 모습이었다.

아침에 일어나 방문을 열고 나오면서 시어머니는 제일 먼저 하는 일이 한숨을 끙_하고 쉬는 일이었다.

처음엔 무슨 속상한 일이 있는 줄 알았다.

그리고 나중에는 그것이 그저 하나의 버릇처럼 굳어진 일상사란 것도 알았다.

 

남편과 살면서 황당할 때가 간혹 있지만 그 중의 이런 일도 있다.

퇴근해서 돌아온 남편이 아이들과 장난치는 내게 화를 냈다.

남편이 무슨 생각을 하는 지도 모르고 철딱서니 없이 아이들하고 낄낄거린다고...

결국 알아낸 남편의 고민은 대통령 선거 결과에 따라 자기의 위치가 흔들릴까봐 염려하는 것이라는 것이었다.

대통령 선거 결과에 따라 좌우될 만큼 높은 자리는 결코 아니었지만 그래도 다른 사람도 같은 걱정을 하는 지 궁금해 남편의 동료 부인에게 물었다.

댁에서도 그런 걱정을 하는지?

물론 돌아온 대답은 아니오였지만...

 

남편의 옆에 있다가 갑자기 "에이씨..."하면서 남편이 인상이 확 붉어지며 기분 나쁜 얼굴이 되는 것을 보는 것을 며칠에 한번씩은 경험한다.

"왜?"하고 물으면 "아니..."하고 얼버무리거나 아예 대답을 하지 않는다.

영문모르고 당하는 나는 좋던 기분이 싹 망쳐지기 마련이다.

남편 표현대로라면 나는 철딱서니가 없어서 생각이 부족한 사람이라 노냥 히히거리고 사는 사람이지만 이런 순간엔 나도 기분이 나쁘다.

 

집에와 있는 동안 제 아빠랑 몇번 말마툼을 하던 아들이 어제  아빠랑 있으면 자기도 기분이 나빠져서 싫다고 자기가 사는 곳으로 간다고 갔다. 그러더니 조금 후 전화가 왔다.

날더러 집을 나오란다. 자기가 경험해 보니 집을 나온 지 이십 분 밖에 지나지 않았는데 기분이 훨씬 났다고 한다.

사실 나도 가끔 그렇게 생각한다.

기분 나쁘게 살기로 작정한 사람같은 남편과 같은 집에서 살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하지만 부부라는 게  무엇인지 안살겠다고 노래를 부르면서도 여지껏 싸우며 같이 산다.

 

오늘 아침도 남편은 여전히  저기압이다.

밉살스럽다.

밥상을 차려 놓고 먹다 말고 내가 그랬다.

"에잇-씨..."

곁눈으로 보니 남편이 움찔한다.

모르는 척하고 있었다.

잠시 뜸을 들이더니 내게 묻는다.

"당신은 왜 그래?"

대답을 안하고 더 답답하게 할까 하다가 그것은 내 스타일이 아니다.

그냥 말하고 말았다.

"왜 당신도 들으니 싫어?"

남편은 어깃장을 놓는다.

"아니, 기분 좋다."

그렇게 아침을 먹으면서 둘이 토닥거리다 남편이 인상을 확 썼다.

"정말 아침부터 그럴래?"

나라고 질 수 없다.

"바로 당신이 원하는 것이잖아, 평생 기분 나쁘게 사는 것..."

 

그리고 난 후 기분이 울적하다.

나까지 남편의 기분이 전염되어 이렇게 되는 것은 정말 싫은데...

난 어쩔 수 없이 그의 아내이다.

그래서 남편이 자기 어머니를 닮아 한숨과 불만으로 살듯이 나도 남편을 닮아간다.

싫은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