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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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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병통치약


BY 낸시 2021-11-26

기승전 다음에 어떤 말을 붙이는 것을 보고 재미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어떨까?
기승전하고 이어지는 것이 있나, 있다면 무엇일까?
내 생각과 대화는 어디로 연결되고 어떻게 끝을 맺게 되는지를 살폈다.
처음 떠오른 것은 남편이다.
같이 사는 사람이니 당연한 것인가.
당연한 것인지는 모르지만 슬픈 일이다.
남편만 생각하면 고구마를 물도 없이 열개는 먹은 것 같다.
답답하고 안타깝고 밉다.
이런 남자하고 이혼도 하지 않고 죽지도 않고 40년을 산 것이 신기할 정도다.
이 남자, 그래도 우리가 서로 통하는 것이 있어 같이 산다니 더더욱 기가 차다.
자기는 통하는 것이 있어 같이 사는지 모르지만 나는 아니다.
같이 사는 시간이 길어질 수록 더더욱 이해할 수 없는 사람이라는 생각만 깊어진다.
부부의 문제는 대화로 해결해야 한다고들 하지만 대화를 하면 할 수록 더 답답하다.
 
그러면 나는 참 불행한 사람 같지만 꼭 그렇지만은 않다.
기승전 뒤에 남편이 아닌 또 다른 대상이 하나 더 있어서다.
그것은 생각만 해도 나를 행복하고 즐겁게 한다.
내가 키우는 화초들이다.
요즘은 반려식물이라는 말을 하기도 하지만 내게는 정말 맞는 말이다.
나는 화초들을 키우고 바라보면서 살아갈 힘을 얻을 때가 많다.
남편과 싸우고 생긴 상처가 화초를 바라보고 있으면 치유되는 기분이 든다.
살기위해 애쓰는 식물을 보면 힘들다고 불평할 마음이 사라진다.
불평하던 내가 부끄러워지고 다시 살아갈 용기를 얻는다.
우리가 운영하는 식당이 인기있는 이유 중 하나도 내가 키우는 화초들이다.
메뉴보다 화초에 더 관심을 쏟는 손님이 수두룩이다.
그 뿐이 아니다.
나는 많은 문제를 키우는 식물들을 이용해 해결한다.
생일을 맞은 손님에게 선물로 내밀면 받을 때도 좋아하지만 단골이 될 확률이 높다.
일하는 사람이 일을 잘해도 상으로 화분을 준다.
식당에 와서 떼쓰는 아이에게 화분을 내밀면 금방 떼쓰는 것을 멈추기도 한다.
마치 기적의 만병통치약 같다.

화초들이 내게만 만벙통치약 노릇을 하는 것이 아니다.
손님 중에는 우리 식당에 오면 기쁘고 편안한 마음이 된다는 사람들이 많다.
화초들을 바라보면 그런 마음이 된단다.
다행이다.
어떤 이유로든 다친 마음이 치유된다면 정말 다행이다.
사는 동안 더욱 열심히 만병통치약을 키우고 싶다.
더더욱 많은 사람에게 만병통치약을 나누어주고 싶어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