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모스의 유혹
오후의 햇빛 잔뜩 머금고
화려한 웃음으로 삐끼처럼
귀가 길 서두르는 나그네 발길을 잡아챈다
흐느적거리는 요염한 몸짓에 걸려들어
음험하게 가녀린 몸을 만져보고
킁킁거리며 얼굴을 들이민다
점점 빨라지는 맥박은
주저 않고 흔들리는 너의 속으로
빨려 들어가 향기에 취해 버린다
떠날 길에 시간은 흐르는데
출구를 찾지 못하고 야릇한 분홍빛 웃음에
저문 해를 바라보며 그냥 주저앉는다
가을은 아직 다가올 차비도 안 하는데 계절도 잊은 채
더운 여름이 성급한지,
길가의 코스모스가 한껏 폼을 내며 길가는 사람들을 유혹한다.
차마 그냥 지나치지
못하고 차를 세워놓고 가까이 다가서서 꽃잎을 살며시 만져보고,
향내를 맡으려고 킁킁거리며 얼굴을 들이밀다 그만 꽃 무리 속으로 빨려 들어갔다.
영화 속 한 장면을 연출하듯이 두 팔을 벌리기도 하고 무릎을 구부려
코스모스와 키를 같이 맞추어 디카의 렌즈를 바라보고 맹구처럼 웃었다.
저녁밥 지을 시간이 재촉하는 줄도 모르고 친구와 번갈아
꽃 무리 속으로들어가 디카의 줌을 누르고
코스모스 속의 커다란 호박꽃의 앵글을 맞춘 어느 오후 나절에.
해는 기울어지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