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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제문화예술대학을 마치며.


BY 수련 2005-07-07

거제문화 여성예술대학에 입학 한지가 엊그제 같은데 벌써 졸업을 앞두게 되었다.
목요일마다 강의를 들으러 가는 길가에는  겨울의 끝자락에 잿빛이던 나무들이
연둣빛의 새순을 틔우면서 어느 새 짙은 초록의 숲을 이루었고,
거제의 시화인 동백꽃이 피고 지고, 뒤이어 진달래와 벚꽃, 개나리의 향연과
함초롬이 고개를 내미는 길섶의 노오란 민들레와의 눈웃음 속에 오갔던 정겨운 고갯길.

3월,4월, 5월의 달력을 넘기면서 부드러운 바람결에 콧등을 간질이는 
아카시아 향기와 함께 오늘은 어떤 새로움이 있을까 하는
작은 설렘으로 거제문화예술회관으로 달려간다.

장승포에 위치한 거제문화 예술회관을
타지의 지인들이 오면 꼭 보여주고싶은 명소로서
나의 관광가이드에 필히 들어있다.
거제시민에게 다양한 문화예술을 제공하는
거제시의 빼놓을수 없는 문화공간이기때문이다.

문화회관의 외향은 출렁이는 파도의 형상으로 푸른 바다와 완벽한 조화를
이루어 세계의 어디에 내 놓아도 손색이 없을 만큼 아름다운 건축물이다.
문화회관의 본관 바깥로비에 서면 평화로운 장승포 앞 바다에
등대를 이정표 삼아  갈매기들과 함께 여객선 한 척이
하얀 포말을 일으키며 문화회관으로 향하여 들어오는 모습은
생동감있는 80호짜리 유화 한점을 보는것 같다.

나포리보다 더 아름다운 항구를 배경으로,
오페라 하우스보다 더 웅장한 문화회관을 배경으로
지인들을 모델로 만들어 카메라 앵글을 맞추어
잊혀지지 않는 추억의 한 장면으로 연출시키기도하고, 문화회관의
실속 있는 내부공간을 보여주고, 상시로 열리는 전시회를 관람시키면서
대도시문화인 못지 않게 수준높은 문화시민이라고 너스레를 떨며 자랑도 한다.



거제여성문화예술대학의 개강은
방송인 서인석씨를 선두로 가수, 시인, 작가, 국악인, 교수, 연극인 등...
여러 예술 분야의 강사들의 진솔한 강의를 들으며 그 분들의 삶과
지나온 내 삶을 반추시켜 보기도하고, 빈 공간이 많은
내 안에 알갱이를 차곡차곡 채워 넣어 내실을 다지게도 하였다.
이루지 못한 소박한 꿈들이 그 분들과 함께 하면서 어설픈
가수가 되기도 했고, 꿈 많은 문학소녀가 되어 시를 읊으며,
무한한 상상력으로 소설가가 되기도 하였다.

중반에는 살랑 이는 봄바람을 안고,  나물 캐는 아낙처럼 들뜬 마음으로
송강, 정철의 유배지인 남도 문화기행을 다녀오기도 했다.
한국의 고전문학 장르인 가사문학을 살펴보고 소쇄원의 맑은 시냇물소리에 묵은 때를
씻어내고, 죽녹원의 대나무숲길을 돌아 나오며 대쪽처럼 강직한  고산 윤선도를 기렸다.
물과 달, 돌과 소나무, 대나무만이 유일한 벗이라고 노래한 五友歌를 더듬어 보면서
쭉 뻗은 한 그루 대나무가 되어 잠시 시조시인의 친구가 되어보는 시간도 가져보았다.

공부는 못해도 초등학교 때부터 개근상을 놓쳐보지 않았는데,
유난스런 올 봄의 변덕에 감기를 심하게 앓아 두 번 결석을 하였다.
그러나, 오프라인의 결석은 온라인으로도 이어진다.

Daum에 '거제여성문화 예술대학카페'가 운영되고 있다.
유익한 많은 자료들이 올려져있어 과외 받는 기분으로 클릭을 하고,
다른 분의  강의후기가 카페에 올려져있어 빠진 강의를 메우는
우등생(?)흉내도 내 본다. 
자유게시판과 각 반의 공간에 좋은 영상과 시, 음악으로 서정적인 낭만을 꿈꾸고,
또 삶의 일상적인 잡담에 함께 웃고 즐기는 재미 또한 오프라인을 능가한다.

졸업이 다가오면서 봄의 초입에서 여름의 문턱으로 넘어서는
계절의 변화에 옷차림도 가벼워지고 싱그러운 바다 냄새를 실은 바람도 시원하다.

-지성과 감성을 겸비한 美를 지녀 아름다움을 이해하는 '해미화(解美花)'로 피어나
문화거제의 전도사가 되고 지역사회에 봉사하는 문예대생이 되자-고 역설한
거제문화예술회관의 예술기획부장 김형석씨 강의 또한 빼놓을 수 없는 알토란같은 시간으로
우리가 일상에서 쉽게 접할 수 없었던 미술과 문학을 접목시킨 새로운 장르를 보여주었다.

문예대의 마지막 장식은 예술회관 관장님의 열정적인 강의로 마무리하였다.
세계 여러 나라의 문화마인드를 소개하고, 우리나라 각 지방의 문화행사를 비유를 들어
우리도 거제시의 특색을 살리는 문화 컨텐츠를 만들어
전국에, 나아가 전 세계에 문화 거제시를
알려 지역발전에 큰 몫을 차지하는 문화 관광산업을 구축해 나가자고 하셨다.

점점이 떠있는 많은 섬, 푸른 바다, 동백, 몽돌, 해안절경 등....
천혜의 자연환경을 지닌 거제의 정체성을 바탕으로  축제를 기획하고
문화예술회관의 격조 높은 공연과 어우러져 최고의 문화 관광도시로 발전시키려면
우리 모두가 주인의식을 갖고 홍보전도사가 되어야 한다고
강조하시는 관장님의 열강은 소극장을 후끈 달구었다.

3개월 동안의 끈끈한 정을 떼기가 못내 아쉬워하시는 관장님의 강의를 끝으로
제1기 거제여성문화 예술대학은  어제 종강을 하였다.

3개월의 짧은 기간이지만 다양한 연령층의 주부들이 한데 모여 여러 장르의 예술을
공부하고, 친목을 다짐으로써 ,문예대 졸업생이라는 자부심으로
같은 공감대를 형성하여 돈독한 인연으로 계속 이어지는 끈이 될 것이다.

1기,2기,3기....계속 거제문예대의 졸업생을 많이 배출하여 청강생까지 참석하게되면
차제에 소극장에서 1200 객석의 대 극장에서 강의를 하여
초빙된 강사들을 깜짝 놀라게 만들어 거제시 여성들의 품격높은 문화 수준을
과시하는 날이 오리라고 믿어 의심치 않는다.

남편의 내조와 아이들의 뒷바라지만이 주부의 역할이 아니라고 본다.
좋은 강의를 많이 접하면서 쉼없이 정진을 하여
셀프리더쉽(Self Leadership)으로 기존의 가치관을 변화시켜나간다면
아내, 엄마의 자리에서 안주하지말고 좀 더 성숙한 자기발전으로
남편과 점점 자라는 아이들과의 대화에서도 소외되지 않는 내가 될것이다.
다양한 지식을 쌓아 가족의 건강을 지키고 행복하고 화목한 가정으로 이끌어 나가는
우리주부도 가정의 최고CEO가 되지 않을까싶다.

비록 제한 된 시간이었지만 알차고 유익한 강의들은
안일한 나의 일상을 한 단계 높여주는 좋은 계기가 되었다.
바라건대 거제시민에게 좋은 감상과 볼거리를 제공하여 웰빙거제시민으로
거듭나는데 큰 자리를 차지하는 거제문화예술회관이 우리나라 예술계의
으뜸가는 문화예술공간으로 자리매김하기를 소망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