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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체육에 고기와 육이라는 표현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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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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칠전팔기


BY 낸시 2021-11-09

바람부는 대로 물결치는 대로 사는 것이 내 좌우명이라 생각한 적이 있다.
어떤 일을 끈기있게 하는 것보다는 맘이 내키면 하고 말면 말고 식이었다.
식당을 한다고 하면  엄청 힘들게 일하는 줄 알지만 사실은 그렇지도 않다.
일하는 사람들에게 맡겨놓고 쇼핑도 다니고 할 일 없이 꽃밭에서 어슬렁거릴 때도 많다.
요즘 소송 중인 일도  일을 제대로 하지 않아 생긴 일이라 할 수도 있다.
일하기 싫으니 식당을 남에게 맡겨놓고  소유권까지 넘겼다.
받기로 한 식당 이름과 메뉴 사용료를 제때 제때 챙기고 채근하지도 않았다.
주면 받고 말면 마는 식이니 우습게 보고 그런 일이 생긴 것이라 해도 할 말이 없다.

그런 내가 학교 다닐 때도 건성이던 공부를 하겠다고 나섰다.
두달 째 하루도 빠지지 않고 두 세 시간을 꼬박 채웠다.
처음엔 재미있더니 슬슬 지루해지기 시작한다.
스페인어를 한국말이 아니고 영어로 배우니 더 어렵다.
스페인어가 아니라 영어 스펠링이나 문법에 서툴어 오답을 낼 때도 많다.
칠십이 가까운 나이도 장애다.
기억력도 신통치 않지만 꼼꼼함도 떨어져 이것저것 놓칠 때가 많다.
같은 문제를  두번 세번 네번 연달아 틀리기도 한다.
그러면 포기하고도 싶고 울고 싶기도 하다.
에라, 관두자.
고생을 사서 한다더니 나를 두고 한 말이구나 싶다.
그러다 다시 마음을 다잡는다.
아니지, 이것은 공부를 포기하는 것이 아니고 삶을 포기하는 것이나 마찬가지야.
살아있다는 것이 뭔데, 이것저것 다 포기하고 뭘 할건데.

요즘엔 남편도 내 공부에 관심을 보이기 시작한다.
하다 말겠지 했는데 생각보다 오래간다 싶은 모양이다.
자꾸 틀리는 문제에 매달려 있는 날보고 칠전팔기하란다.
칠전팔기, 사실 나는 이미 수많은 칠전팔기를 실천 중이다.
20문제 중 세개를 틀리면 통과 못하는 시험을 수없이  치르고 또 다시 치른다.
어느 때는 말 그대로 일곱번을 넘어 여덟번 아홉번 만에 통과하기도 한다.
그렇게 통과한 시험이 조금씩 쌓여 삽십개도 더 된다.
바라보면 스스로가 대견하고 뿌듯하기도 하다.
그래 넘어지면 또 일어나면 되지 뭐.
넘어져도 실망도 포기도 하지 않는 거야.
각오를 다지고 또 다진다.
내게도 공부가 쉬웠던 시절이 분명 있었는데, 어쩌다 이렇게 되었을까.
그래도 다시 일어날 마음이 남았으니,  아직 모두 잃은 것은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