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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서의 40대 직장 여성과 MZ직원과의 싸움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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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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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십번도 더 한 이혼


BY 수련 2005-05-19

어느님의 글을 읽고 두어시간을
가슴이 메여와서 가만히 누워있었다.
인간이 사는 세상사에 온갖일을 다 겪는다지만
그래도 나만은 순탄하게 살아가리라는
미련한 생각을 버리지않고
남에게 닥친 황당하고 기막힌 일에
가슴아파하고 '어째 그런일이..'하고
제삼자가 되어 바라보는 입장에서 나를 다시 돌아다 보았다.

가만히 누워서 생각해보니 지난 내 삶이 파노라마처럼
스쳐지나간다.내가 결혼하고 아이들을 낳고,
키우던 세월동안 우여곡절도 참 많았었는데
지금와서 생각해보니 대수롭잖은 일일수도 있고
그때 순간순간을 잘 넘겼다는 스스로 대견함도 느끼면서,,

결혼전부터 신앙을 가지고 있던 나는 남편과 결혼할때
궁합이라던지 사주를 아예 보지도 않았었다.몇년전에
친구따라 철학관엘 갔는데 남편은 나무이고 내가
흙이나 물이라면 사이좋게 잘지냈을건데
쇠라서 나무가 쇠에 뿌리를 내리지못해
많이도 싸웠을거라고 했다.정말 그런건지도 모르겠지만.

사귈때는 한참 좋을때니 상대방의 허물은 눈에
보이지도 않았고,마냥 좋기만 했으니 결혼하면
매일 깨가 쏟아질것만 같았다.그러니,결혼식에서
검은머리 파뿌리될때까지 잘 살겠다고 '신'앞에서
당당히 맹세를 했다.

그런데, 몇달이 지나자 자꾸만 삐꺼덕거렸다.
철없이 시댁에 가서 남편의 허물을 죄다 일러바치니
큰시누이는 아이가 있으면 나아진다고 했고,
큰애를 낳고 또 싸우면,아이가 하나 더있으면
싸울일이 없다고 얼른 두번째를 가지라 했었다.
아이가 둘이 되어도 여전히 삐거덕댔다.

감히 '신'앞에서 맹세한 결혼이라
이혼은 생각도 할수가 없었고,싸움끝에
그냥 내가 죽어버리면 되겠지 싶어
애들을 재워두고 무턱대고 밤중에 나왔는데
어떻게 죽어야하는지 그게 문제였다.
차에 치여죽을려니 멀쩡한 운전자에게 미안하고,
약을 먹을려니 약국에서 뭐라고 말을 하고
약을 사야하는지도 모르겠고, 물에 빠져죽는게
제일 낫겠다 싶어 한참이나 떨어진 강으로 갈려다가
문득 작은애가 생각났다.

갓 돌이 지났지만 아직 젖을 먹는중인데
내일아침에는 배가고프면 어쩌지,엄마가 없으면
무슨소용이 있나,들어가서 업고 나와 같이
죽어야지 하고 다시 집엘 들어갔는데
큰애,작은애가 깨서 울고 불고, 남편도 자다가 깨서는
'이사람아,자다가 어디갔다오노?'
졸지에 몽유병환자가 되어버려
희극드라마의 한편으로 끝났다.

살면서 내입으로는 '이혼'이라는 단어는
속으로만 감추고 있을뿐 입밖으로는
금기사항처럼 내뱉지않았다.

막상 남편입에서 최후의 통첩마냥
이혼하자는 말이 나오면 세상에서
제일 악처가되어 '만약에 나하고 이혼하면
머리풀고 아이들 둘 데리고 아침마다 당신 사무실앞에서
퍼지고 앉아있을테니 각오하라'고 했더니
독을 품은 마누라가 실행할려나 겁이 나는지
그후로는 쉽게 내뱉지는 않았지만 강산이 두번도
더 변한 세월속에 말로서 수십번도 더 이혼을 했다.

그렇지만 부부의 인연이 쉽게 끊어지는건
아닌가 보다.수년동안 몇번이나 속으로만 이혼을 결심하다가도
'내가 이혼을 하면 누가 제일 슬퍼할까'따져보니
친정쪽으로는 부모님이 안계시니
내 입만 다물면 모를거고,시댁쪽은 우리가
집안의 제사를 지내고 있는데
당장 제사가 문제였다. 며느리셋이지만 큰동서는
처음부터 안지낸다고 못박았고,막내동서는 아예 생각도
안할거고,그러면 내가 없으면 누가 지내냐,
나이드신 시어머니가 얼마나 가슴아파할까.
또,새엄마가 들어와서
아이들을 구박하면 비행청소년으로 변하면 어쩌지.
이래저래 다 따지니 이혼은 무슨.....

한참이나 손위인 사촌동서에게 하소연을 하면 이혼할 여자가
뒤를 돌아다보는건 '나 이혼하지 싫어요'하는거나
마찬가지라면서 우리나라 여자의 일생은 겉으로는
죽지못해도 내면으로는 나를 수백번도 더 죽이고
사는거라 했다.

세월이 흐르면서 아이들이 다 대학을 가고
남편과 둘만 남았을 재작년에도 크게 다툰적이 있었다.
남편은 싸울때마다 십팔번이 '갈라서자'다.
하지만 나도 세월의 흐름속에 능구렁이가 다 되었고,
여유만만하게 콧웃음을 치며 '이제는 못 헤어지지,
이제 아이들 다 키웠고,어려운살림살이도 면했고,
시부모님도 다 돌아가시고,지금부터는 나도
여유로운 삶을 누릴텐데 왜 이혼하냐.어떤여자 좋은일 시키라고,
절대로 못한다고 했다.

밀어내도 안나갈 마누라라고 믿고있다가
얼마전 남편이 나에게 된통을 맞은적이 있었다.
서너달전에 사사로운 싸움으로 인한게 아니라
다른 일로서 남편과 신경전을 벌였고,
절대로 굽히지않겠다는 고집에 내가 포기하는게 낫겠다싶어
독한 마음을 먹고 법원에 가서 이혼서류를 준비했다.
호적등본을 끊고,주민등본을 떼고,이혼하면 내가 얹힐
친정주소도 적고, 여러장의 중빙서류를 갖추고
내가 먼저 도장을 찍고 남편에게 내밀었다.

며칠이나 말문을 닫고 있어도 저 마누라가 저러다말겠지했는데
뜻밖의 행동에 놀랬는지 '그래 오냐!'남자의 오기로 도장을
던지면서 대신 찍으란다.눈을 내리깔고 가라앉은 목소리로
'당신손으로 직접찍으세요.'했더니 여러장을 넘기며
도장을 찍으면서 속으로 놀랬나보다.
완벽한 서류를 꾸며서 내밀줄은
상상도 못했겠지.

하룻동안 곰곰히 생각을 해보았는지...
'곧 자식들도 결혼할 나이가 되어가고
본인의 사회적체면은 어찌되며,남들은 틀림없이 현모양처인척하는
여우같은 마누라편일거고,집안의 장손 노릇하는데 저놈의
마누라가 없으면 누가 제사음식을 해낼꼬,
밉다해도 열 자식보다 하나 악처가 낫겠지'....
밤새 이리저리 재보았는지 다음날 아침에
드디어 남편은 내앞에서 서류를 찢고는
백기를 들었다.

여자가 독하면 얼마나 독하겠나.
가만보니 진심으로 말하는것 같애서 슬그머니
못이기는채 찢어진 서류를 투명테잎으로 붙여 봉투에 넣으면서
'다시한번 더 고집피우면 이 서류는 유효한줄 아세요'
속으로 쾌재를 부르며 싱겁게 끝냈지만 두번 다시는
반복하고싶지않은 피말리는 일이었다.

이웃의 어떤 여자가 결혼20년동안
남편과 한번도 싸운적이 없다길래
반신반의 했지만 장담하는 그 여자에게 진심으로
존경한다고 했었다.남남끼리 살면서 어떻게 다투지않고
살아갈수있을까.요즘 아침마다 대통령후보부인들이
나와서 남편과 많이 싸웠다는말들이 친근하게 들리는건
평범한 인생살이의 행로가 아닐런지.

절박했던 다른사람들의 삶을 엿보면서
내 삶이 그때는 심각했겠지만 지나고 다시 되새겨보니
얼마나 작은일에 불과했던가 싶다.
건강함에 감사하면서 예측할수 없는 내일보다
오늘에 최선을 다하며 살아간다면 후회없는 삶이
되지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