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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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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 겨울로 온 사랑 겨울로 떠나간다.


BY 詩人의孤獨 2004-03-02

그때,
그때 내가 웃지요.

꿈속 어디, 안개 지는 마을 모퉁이
등짐 풀어두고 기대앉은
길손 주머니 속의 작은 추억에서
이미 잊은 내 이름 안타까워 보듬고 뒹굴다가
님, 내게 웃어라
그리 이르시면
그때 내가 웃지요.


당신이 내게
웃어라 그리 이르시면
그때 내가 웃지요.


그러나 좀처럼 병환을 찾을 수 없었다.
때론 공사장으로, 때론 작은 바닷가 마을로.
그러다 혜란이 찾아 갈 때쯤엔 언제나 병환은 떠나고 없었다.
병환은 돈이 떨어지면 일하고 그러다 또 돈이 생기면 수 현의 어머니를 찾고.....
그렇게, 그렇게 근근히 살아가고 있었다. 얼마간을 요양원에서 보낸 수 현의 어머니 가
조금씩 나아져서 이리로 옮겨온 지는 4 .5 개월쯤 된 거 같다.
지금은 많이 좋아져서 주로 아이랑 노는 것이 일과다.
수 현의 어머니는 아이를 무척 좋아한다.
이젠 아이의 먹는 것은 그녀의 몫이 되 버렸고 혜란은 그런 수 현의 어머니가
너무 다행스럽다.


병환이 주소를 보고 찾아간 곳은 수 현의 아버지의 사촌쯤 되는 그런 사람이
사는 곳이었다.
그러나 그곳에서도 수 현의 어머니는 찾을 수 없었다.
하지만 단서 하나를 얻었다.
경기도 어느 요양원에 있다는 것이었다.
누군가 부유한 사람이 그녀를 돌본다는 것이었다.
얼마 되지 않은 얘기이니 아마 이젠 어쩌면 찾을지도 모른다.
이젠 내 이런 세상 떠도는 것이 끝날지도 모른다.
벌써 어두워 진지는 꽤됐다.
그렇지만 오늘은 꼭 찾아가야겠다.
어쩐지 오늘은 찾을 수 있을 것 같다.


이젠 더 이상 이렇게 세상을 떠돌 수는 없는 것 아닌가.
참으로 힘든 시간이었다.
이젠 찾을 수 있으리라.
돌아가야지......
혜란이 기다릴지도 모른다.
그녀 곁에서 쉬고싶다.
병환은 아련하게 떠올려지는 상념에 빠져들고 있었다.
그것은 안식이었다.
어깨 위로 날개가 생기는 것이다.
지친 부랑자의 꿈이었다.
참으로 힘겨운 운명의 안식이었다.
멀리서 하얀빛이 병환을 덮어 오고있다.
그것이 너무나 따뜻해서 병환은 자신도 모르게 그곳으로 핸들을 돌리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