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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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녀석과의 전쟁


BY 누이야 2003-11-10

    녀석과의 전쟁
작가 : 누이야
 

어제 우리 부부는 아들 녀석과의 한바탕 전쟁을 치뤘다.

물론 우리의 일방적인 한판승이었지만..

초등학교 1학년인 녀석은 학교에 가는 이유가

친구들과 놀기 위해서다.

쉬는 시간에는 친구들과 정신없이 놀다가 화장실을 못가서

수업시간에 선생님께 핀잔을 들으며 가기가 일쑤이고

학교가 마치면 놀이터에서 혹은 친구집에서

보통 두시간씩은 놀다 온다.

요즘 녀석이 심한 감기 중이라  요 며칠 일찍 오라고 경고를 했는데도

그저께는 학원 갈 시간이 지나서

어둑어둑해질 무렵에야 들어 오더니만

급기야 어제는 퇴근하는 아빠와 거의 동시에 들어 왔다.

그때부터 우리 부부와 녀석의 전쟁은 시작되었고

우리는 무차별적인 폭격과  대규모 공습(?) 으로 녀석을 무력화시켰다.

두시간 동안 손 들고있기, 손바닥 다섯대 맞기, 저녁밥 안주기등등의

폭탄 세례를 저녁시간 내내 받은 녀석은 일찌감치 자리에 누웠다.

지도 피곤했겠지...

노느라고 피곤하고 혼나느라고 피곤하고...

승리를 자축하며 우리 부부는 막걸리 한사발을 기울였는데

그 씁쓸함이란 이루 말할수가 없었다.

우리 어릴때는 골목골목으로 누비고 다니며 고무줄 놀이에

술래잡기에 공기놀이에 밤늦도록 놀아도

공부하라고 불러들이는 부모는 없었다. 다들 먹고 살기에 바빴으니까.

덕분에 아이들은 많은 자유를 누리며 그렇게 아이답게 컸다.

이제 우리 아이들은 부모의 넘치는 관심 속에서 허우적대며

아이다움을 잃어가고 있다.

패잔병처럼 잠든 녀석을 보며 측은한 마음에 괜히 손 한번 잡아보고

쬐그만 발가락 한번 만져보고 했다.

이 시대의  부모다움이란 도대체 뭘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