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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이도 갯벌**


BY 서향 2003-11-01

 

 

 

시월 삼일 오후에 세식구는 오이도를 향했다.

태풍이 지나간다고 하더니 바다 바람이 세차다.

오후 1시쯤 썰물이 밀려나간 갯벌은 일요일 한나절 바닷가를 찾아온

가족의 조개잡이 공간이 되었다.

스커트를 입고 온 엄마는 갯벌에 들어가지 못하고...아빠와 아들은

바지를 동동 걷어 붙인 채 갯벌체험을 떠난다.

혼자서 바닷물이 빠진 갯벌에 작은 점처럼 알아볼 수없는 남편과

아들에게 시선을 멈추고, 한참동안 바람을 맞으며 서 있었다.

눈물이 흐를 정도로 세찬 바람과 기온은 차가워 엄마는 따뜻한 차안의

공간으로 들어가 조용한 음악을 들으며...바다를 바라 보았다.

동해안의 푸른 바다도 멋있지만, 갯벌은 또 다른 멋스러움이 있다.

갯벌에서 조개를 줍는다고 해도 고작 동죽이나 맛조개지만, 아들은

갯벌의 재미와 신비로움에 빠져 나올 줄을 모르고 더 깊이 들어간다.

오후 6시쯤 썰물이 되어 빠져 나갔던 바닷물은 밀물이 되어 제자리로

돌아오는데...바닷물이 혹시나 남편과 아들을 덮칠까봐, 불안하다.

휴대폰을 해보지만....허사다.

불안한 마음때문인지...노을이 지는것도 모르고 있다가...건너편에

갯벌 바닥으로 떨어지는 낙조에 시선이 가자, 조금 전까지 불안했던

이유조차 잊어 버리고, 낙조에 온 정신을 다 빼앗겼다.

갯벌에 내려앉은 낙조는 동해의 푸른바다에 올라오는 일출과는 또 다른

장관으로 입을 다물지 못한채, 한참을 바라보게 만들었다.

남편과 아들은 갯벌의 낙조를 보고나 있는지...그것만이 궁금할 뿐이었다.

시간은 흘러 두 남자는 진흙에서 나왔고, 고인 바닷물에 대충 손발을 씻고는

우리는 오이도 바닷가 주변의 식당에서 조개구이와 해물칼국수로 허기진

배를 채웠다.

숯불에 구워 먹는 조개가 이렇게 맛있는 줄 미처 몰랐다.

돌아오는 길에는 시화방조제를 건너 오면서 갯벌을 덮어가는 바닷물을 보았고

제부도를 드라이브하면서 집쪽을 향했다.

돌아온 후, 그때의 느낌을 쓰자니...잊어버린 생각도 많지만, 그게 대수인가?

우리가족은 오이도 갯벌에서 맛조개를 잡는 재미를 기억속에 새겨 두었으니...

아들은 자신도 모르게 고이 간직되어 있다가, 언제가 한번은 갯벌의 기억이 떠올라

아들의 감성을 자극할지도 모를 일이다.

이것만으로도 우리가족이 초라한 오이도 갯벌에서 머문 한나절은 값진 것이리라.




오이도 갯벌에서...서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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