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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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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들갑


BY 낸시 2021-09-03

나는 어렸을 때 웃는다고 엄마에게 야단을 맞을 때가 많았다.
그렇게 희희덕거리는 것은 경망스럽고 가벼운 짓이라고 엄마는 질색을 하였다.
엄마는  외할머니에게 그렇게 배우고 자랐을 것이다.
엄마는 감정표현할 때가 드물었고 무표정하거나 근엄한 표정일 때가 많았다.
아마도 우리 엄마 같은 한국 사람이 대부분일지도 모른다.
공자는 지혜로운 사람은 활동적이고 어진 사람은 고요하다고 했고 지혜보다 덕이 있어야한다고 했단다.
외할머니가 그 시절 드물게 유식한 분이었다니 엄마를 그렇게 키웠고 엄마도 그래야한다고 믿고 사셨을 것이다.
엄마의 영향을 받은 나도 감정표현을 절제하는 것이 미덕인 줄만 알고 살았다.

미국에 와서 살면서, 사람들이 좀 호들갑스럽다고 느꼈다.
미안하다 고맙다는 표현도 흔하고 웃기도 잘하고 칭찬도 잘한다.
익숙하지 않아 처음에는 당황스럽기도 하고 어색하기도 하였다.
하지만 이제는 그런 표현에 익숙해지기도 하고 즐기게도 되었다.
아니, 좋은 점이 많다고 느낀다.

우리 식당에 오는 단골손님들은 들어오면서부터 반가움을 표시한다.
"하이, 낸시!"하는 말투도 한국 사람들이 안녕하세요하고 인사할 때와 전혀 다르다.
친한 친구를 오랫만에 만나 반가워죽겠다는 표정과 말투다.
단골 손님이 아니어도 호들갑스럽긴 마찬가지다.
날더러 네가 바로 그 낸시냐고 낸시를 만나 영광이란다.
유명인사도 아니고 식당 이름에 내 이름이 들어간 것 뿐인데 나를 만나 영광이라니 몸둘 바를 모르겠다.
음식을 먹고 갈 때도 인사를 빠뜨리지 않는다.
음식이 원더풀하고 엑설런트하다는 말은 기본이고 이제까지 가 본 식당 중 최고라는 손님도 많다.
손님들 반응대로 우리 음식이 맛있는 것이면 아마 나는 벌써 재벌이 되었을 것이다.
아닌 것으로 미루어 그냥 인사치례이거나 지나친 호들갑이다.

나는 식당 일이 힘들기보다 식당에서 일하는 순간이 기쁘고 즐거울 때가 많다.
손님들과 주거니 받거니 이야기를 하다보면 없던 에너지가 충전되는 느낌이 든다.
날 보고 웃어주고 칭찬해주는 사람들 사이에 있으니 내가 뭐라도 된 것 같아 좋다.
이제는 나도 손님에게 받은 에너지를 돌려주려고 노력한다.
내 주변 사람들에게 뭐라도 칭찬할 것이 없나 찾게 되었다.
칭찬을 하지 않더라도 웃는 얼굴로 인사라도 반갑게 나누려고 한다.
오고가는 약간의 호들갑스러움이 서로를 기쁘고 즐겁게 한다면 굳이 절제해야할 이유를 모르겠다.
고매한 인격을 갖춘 어진 사람이 되어 고요하게 살기보다 약간은 호들갑스럽게 주변 사람들과 웃고 즐기며 살고 싶다.
내 그릇의 크기가 작아 어진 사람이 못되어 이해를 못하는지 몰라도 나는 호들갑스러움이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