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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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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별


BY 캐슬 2004-04-20

 

아침 일찍 눈이 떠 졌다.

조금 더 잘려고 이불 속으로 파고 들어보니 머리는 더 맑아만 온다. 그냥 일어나 주방으로 간다. 부지런히 김밥 준비해서 싸는데 어느새 등뒤에 남편이 서 있었다.

"내가 도울까?"

하더니 김밥을 썰어서 도시락에 담는다.

"더 자지 그래요"

"이상하게 잠이 안오네"

남편도 나도 오래도록 집을 떠날 아들의 도시락을 준비하며 아들 생각을 한다.

"자식 머리 짧게 각아도 뒤통수가 이쁘네!. 나 안닮고 … 나는 뒤통수가 납작한데…"

"걔가 어디 아기때 누워 있었나 뭐?. 내 손에 안겨 자고 엎혀서 자느라 방바닥에 누웠어야지?"

"그래 진짜 그랬었지!. 내가 그 녀석 많이 울어서 장농 속에다 넣고 문 닫아 버리기도 했지"

"그래요 그때 내가 얼마나 슬펐는지 알기나 해요?"

나의 원망 섞인 푸념에 남편은 미안해 하는 표정이다.

우리 부부 22년 전 아들녀석 낳아 기르던 시절 속에서 헤메다 보니 많은 김밥 도시락이 다 싸졌다. 김밥 썰면서 꽁지 김밥을 연신 입으로 가져간 남편도 배가 부르다며 커피 한 잔으로 아침을 대신 하겠단다. 커피 마시며 우리 부부 아들이 깨어나길 조용히 기다렸다. 집에서 자는 마지막의 아침을 방해하고 싶지 않았다. 군대가면 언제 저렇게 늦잠을 자 볼까?하는 안타까움으로 아들을 오래 기다렸다.

아이가 아침을 먹는 둥 마는 둥 하는게 마음에 걸렸다.

할아버지 할머니께 큰 절을 하고나니 아버지 엄마도 앉으시란다.

아들의 절을 받으며 가슴은 또 왜 그리 아픈지?.

눈을 돌려  눈자위의 물기를 감추었다. 아들의 친구 2명과 진주로 갔다.

차창 밖의 초록은 짙다. 짙은 저 초록의 잎새가 붉은 가을의 색갈을 보이려 할때 쯤이면 아들은 씩씩한 대한의 공군으로…남자로 다시 태어나 있을 것이다.

휴게소에서 따뜻한 국물과 김밥으로 점심을 먹으려고 차렸다. 아들 친구들의 맛있다는 목소리에 나는 아들의 얼굴을 슬쩍 보았다. 김밥에 젓가락을 가져가면서 희미하게 웃는다.

"아들!.  불안하니?"

하고 물었다.

"아니 엄마 괜챦아요. 걱정마세요"

환하게 웃어준다. 아들은 그렇게 자신이 원했던 군대를 가게 되었지만 불안함은 숨길 수 없는 모양이다. 아들 친구들은 즐거운 새처럼 잘도 재잘거리는데 아들은 별 말이 없다.

 

 공군부대에 도착하니 아들이 소지품 가방을 어깨에 매고 내 손목을 잡고 앞서 휘적휘적 걷는다. 행여 아들 손을 놓칠새라 종종걸음으로 아들 뒤를 졸졸 따라갔다. 아들은 친구들과 아버지를 한번씩 안더니 나를 꼭 안아준다. 그리곤 뒤도 안 돌아 보고 무리 속으로 달아난다. 저만큼에서 뒤 돌아 보는 아들의 눈가에 맺힌  굵은 눈물을 보았다. 남편도 하늘을 올려다 보며 눈물을  감추려고 한다. 아들의 친구도 나도 모두 붉어진 눈자위로 우리는 이별을 했다. 그렇게 우리는 아들과 함께 갔던 길을 우리끼리  되돌아 왔다.

"아들 놈을 공군에 팔아 버리고 우리끼리만 왔네"

집으로 다 와 갈때쯤 남편은 이렇게 말했다. 몹시 섭섭하다는 표현인 것이다.

 

 훗날 아들과 다시 만날땐  오늘의 이 눈물과 허전함이 기쁨의 눈물이 모두 될것이라고 믿으면서 오늘 아들과의 긴 이별을 기뻐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