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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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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단계에 빼앗길 뻔한 내 아들


BY 캐슬 2004-04-07

4.19 일 공군 입대를 앞둔 아들이 서울 나들이를 다녀 오겠다고 했다.

흔쾌히 학교 친구 만나고 오라고 등 밀어 보냈다. 아침저녁으로 잘 지낸다고 전화주더니 그제 밤 내일 내려 갈건데 드릴 말씀도 있고 의논도 드릴게 있단다. 뭐냐고 했더니 재수 문제라고 한다. 쿵!. 소리를 내며 덜어지는 내 심장소리 그리고 그 하룻밤이 길었다.

새벽같이 고속철도를 타고 아들녀석이 들어왔다.

조금 늦은 아침 밥도 먹기전 나를 쇼파에 앉힌다. 서울에 올라가 고시원으로 들어가 재수를 해야 겠단다. 수능 다시 치고 원하던 한의대에 지원하고 싶단다. 굳어지는 내 얼굴에 반비례해서 자신의 의지를 관철 시키겠다고 창백해지는 아들의 얼굴을 본다. 사상유례없이 어려웠던 두해 전 수능시험을 치른 아들이 당황했던 수능의 악몽에 나는 다시 빠졌다. 재수를 반대하던 남편의 권유로 선택한 공대에서 잠시 추춤거렸지만 이내 적응해서 과 톱으로 늘 공부했었는데 이제 군대만 마치고 오면 되는데… 나는 잠시 아득해지는 정신을 붙잡으려고 휘청거렸다.

아들과 나는 숱한 말로 서로를 설득하려 했지만 우리 둘다 서로를 설득하지 못하고  우린 둘다  서로의 방으로 숨어 들었다. 얼마후 아들이 나가는 소리를 듣고 나는 겨우 일어나 비틀거리며 병원으로 갔다.

 

 저녁시간이 되어도 돌아오지 않는 아들에게 문자 메세지를 보냈다.

친구하고 있으니 곧 들어 온단다. 얼마후 들어온 아들의 얼굴이 비장하다. 나의 손목을 잡고 안방으로 가잔다. 문을 잠근다. 무릎을 꿇고 소원이라고 말씀드릴게 있다고 한다. 나는 긴장했다. 다시 가슴이 방망이질을 시작한다.

"뭔데 말하렴."

"화 내시지 마시고 들어 주세요.아버지한테는 절대 비밀입니다. 엄마한테 솔직히 말씀드리는 겁니다. 저 아까 말씀드렸던 재수 문제하고 제 사업문제입니다. 서울가서 제 사업 좀 해 볼려고 합니다."

"사업?."

난 순간 명치를 맞았다. 머리를 스치는 생각하나가 있었다. 흔히 사업이라는 이름으로 불리는 그것 다단계 말이다. 정신을 가다듬고 되 물었다.

"다단계 사업이냐?."

아들은 흠찔 놀란다. 언제나 엄마의 직감에 당황하는 아들의 눈꼬리가 떨린다.

'네 어머니!. 다단계가 아니고 네트웍 마케팅 말입니다."

아들은 다단계라는 말보다 네트웍이라고 엄마에게 정정하는 대범함을 보였다.

"그래 네트웍 그게 유식한 말로 다단계지? 근데 너 다단계에 대해서  아니?"

"네 이번에 서울가서 연세대학교에가서 공강듣고 공부 좀 했습니다. 월급쟁이로 살면 제 계획대로 30살안에 일억 모으기가 힘들것 같습니다. 그래서…."

나는 아들의 말꼬리를 잘라 버렸다.

"그래서 다단계 사업 즉 네트웍 마케팅을 하고 싶단 말이지?."

'네!."

"엄마 대답은 이거다. 한마디로 절대 안된다. 엄마가 죽는 한이 있어도 절대로 안된다."

나는 절규하듯 안된다고 울부짖었다.

"왜 안된다는 겁니까?."

아들이 눈을 똑바로 뜨고 나에게 도전을 한다. 여태 22년을 키우면서 처음보는 당돌한 눈빛에 나는 적지 않게 당황했다.

'다단계의 원리를 아니?."

"네 배웠습니다."

"그 교수님 이름 댈수 있니?."

"없습니다."

"왜?."

"그냥 말씀드릴수 없습니다.

"너 엄마를 속일 수 있다고 생각하니?."

"없습니다."

토론은 1시간을 넘어서고 나는 눈물을 쏟고 말았다.

엄마의 눈물에 아들도 눈물로 호소하고 결국 나는 쓰려지고 말았다.

돈많이 벌어서 엄마 호강시켜 드릴려고 했다고 우는 아들의 등을 쓸었다. 너는 군대에서 엄마는 이곳에서 서로의 삶에 최선을 다하자고 여태 우린 그렇게 살지 않았느냐고 했다. 내 피와 땀이 함께 하지 않는 횡재는 세상어디에도 없다고 나는 주절거렸다. 정직하고 바르게 살자는 아들을 타일렀다. 니가 선택하고 지금 가야하는 공군장교의 길을 가라고, 그래서 훌륭한 장교가 되고, 군인이되고 ,엄마의 자랑스러운 아들이 되라고 ,간절히 아들에게 애원했다. 아들의 눈물이 툭!소리를 내며 청바지위로 떨어졌다. 엄마가 몹시 아픈걸 아느냐?고 물었다. 잘 안다고 아들은 대답했다. 지금 이런 행동이 엄마 병에 얼마만큼 마이너스가 되는지도 아는냐고 물었다. 아들은 안다고 흐느꼈다. 그럼 엄마냐? 다단계냐는 선택은 아들이 하라고 했다. 한참을 고개를 떨구던 아들 엄마가 알고 계시는 다단계를 자신에게 설명 해달라고 했다.

나는 아들앞에서 다단계 강사가 되어야 했다. 두해전 내가 돈잃고 사람잃은 아픈 공부가 오늘 이렇게 쓰일줄은 몰랐다. 다 듣고 난 아들이 말했다.

"엄마 말씀대로 군에 입대하겠습니다."

단호히 말하며 품에 안긴다. 악마에게 빼앗길 뻔한 아들의 눈물에 감사했다.

 

 인터넷 채팅을 통해 알게 된 서울  여자를 따라가 본 다단계 교육장에서 아들은 허황된 망상을 보았던 것이다. 화려한 언말장난 뒤애 숨은 그늘까지  보기에는 아들은 아직 너무 순수하다. 꿈꾸던 공군장교의 꿈과 바꿀만큼, 엄마를 속여서 가고 싶을만큼 말이다.

다시 나에게로 돌아온 내 아들을 나는 무슨일이 있어도 지킬 것입니다.

 

엄마라는 이름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