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다녀오는 길에 친구네 가게문을 빼꼼이 밀어 보았습니다.
친구 얼굴이 보이지 않아 돌아서 나오려는데 친구가 부르는 소리가 들립니다.
"왜 그냥 가냐"
소리치는 친구 목소리에 고개를 들이 밀어 봅니다.
"들어 왔다 가라"
는 친구의 눈과 마주치고 보니 그냥 오기가 그랬습니다.
둘이서 차 한잔이라도 할려니 칼국수 손님이 하나 둘 들어 옵니다.
'어서 칼국수 만들라'는 나의 재촉에 친구는 웃으며 앞 치마를 두릅니다.
그때 가게안으로 들어서는 청년과 중년 아줌마 한 사람이 있습니다. 친구는
"어서 온나"
라며 반갑게 맞아 줍니다.
"칼국수 한그릇 줄까?"
청년에게 묻고는 주방에서 나와 중년의 아줌마에게 먹는 시늉을 하며 '칼국수 안먹어?.' 라고 묻습니다. 중년의 아줌마는 안먹는다고 고개를 흔듭니다. '많이 아픈가보다?.' 나는 그렇게 생각 했습니다. 친구는 '먹지 왜'라며 그 아줌마에게 되물어 봅니다. 세 사람의 대화를 보니 그 아줌마는 아파서 병원에 들렸다 오는듯 했으며 말을 못하는 듯 합니다. 청년은 친구의 조카인 듯 했습니다. 그러면 친구의 언니?. 사촌?. 혼자 이런 저런 생각을 하며 신문을 뒤적이던 나는 어느새 친구와 청년과의 대화에 끌리듯 귀를 기울여 듣게 되었습니다. 청년은 3개월째 실직 상태이며 청년의 어머니는 말을 하지 못하는 장애인 이었습니다. 지능도 조금 떨어지는 모양 입니다. 아버지는 청년이 어렸을때 죽었으며 청년은 동생과 두 형제입니다. 동생은 카드빛1200만원을 갚지 못해 신용불량자가 되었으며 일을 구하지도 않고 이리저리 방황하고 있다고 친구에게 하소연 합니다. 나이들고 장애인인 엄마는 병마져 들어 아무일도 할수 없는 처지인 지금 청년의 어깨엔 무거운 짐이 되어 버린 듯해 보여습니다. 청년은 모든 짐을 감당할 힘이 하나도 없어 보였습니다. 두달동안 보일러를 켜보지 못했다는 말에 나는 깜짝 놀라 친구를 바라보다 친구의 눈과 마주쳤습니다. 친구는 '추워서 어떻게 지내냐?' 며 '그래도 엄마는 아프시니 따뜻하게 해 드려야 한다'며 청년에게 말합니다. 청년은 엄마에게는 전기장판을 켜 드린다고 희미하게 웃습니다. 친구는 청년에게 말합니다.
내가 너희 엄마를 어떻게 만났는지 아느냐고?.
어느날 목욕탕에서 내가 목욕하는 중이었다.그날 내가 너무 몸이 피곤해 우리 아이 둘을 제대로 못 씻겨주고 힘들어 하고 있었다. 옆에서 목욕하던 니 엄마가 우리 아이들을 잡아 당겨 씻어 주드라. 고맙다고 우유 하나를 엄마에게 사 드렸다. 밤에 자다가 생각해도 우유 하나로 고마움을 대신하기엔 도리가 아닌 듯해 내가 이튿날 너네 집을 사람들에게 물어물어 찾아 갔었다. 그랬더니 니 엄마는 말을 못하더구나!. 그래서 니가 나하고 말을 하기 시작했지!. 생각나니?. 너하고 인연의 시작은 그때부터 였고 니가 지금 서른네살이니 한 30년이 다 되었구나?. 이제 엄마는 병들고 나이도 많아서 아무것도 못하니 니가 엄마한테 잘하라고 마치 아들한테 타이르듯 다독입니다. 청년은 머뭇거리며 혼잣말처럼 자신없이 말 합니다.
" 이모!. 빠찡꼬에서 일할려고 해도 단속이 너무 심하고…"
하며 말 끝을 흐립니다. 두 눈이 동그래진 친구는 잠시 숨을 고르는 듯하더니 청년에게 타이르듯 다시 말을 합니다. 그러지 말고 택시를 한 번 운전해보라고 말입니다. 청년은 시큰둥한 얼굴로 대답합니다.
"길을 잘 모른다고 "
잘라 말합니다. 친구는
"임마야!. 처음부터 길 다 아는 사람이 어디 있냐?. 다니다 보면 알게 되고 잘 모르면 손님 제가 처음이라서 길을 잘 모릅니다. 길을 좀 가르쳐 주세요?. 라고 하면 돼지. 이모는 그렇게 물어 가면서도 할 자신도 있는데 너는 왜 못하겠다는 자신없는 말부터 하느냐고"
나무라듯 일러 줍니다. 청년은 다시 이렇게 대답 합니다.
"이모 요즘 손님이 없어서 사납금도 못 맞춘다는데 물어 넣을 돈이 없다"
고 항변 합니다. 친구는 흥분한 목소리로 청년에게 큰 소리로 말합니다.
"임마야 내가 그 돈 빌려주마 100만원이든 200만원이든 …그런데 이모가 공짜는 못준다. 니가 벌면 언제든 갚아야 된다. 알았제"
친구의 다짐을 두는 목소리에 청년의 눈이 희망으로 잠시 반짝이는 듯 해 보였습니다.
청년은 많다고 손 사래치던 칼국수 한 그릇 비우고 커피 한 잔까지 마십니다.
청년의 어머니는 간간이 알아 듣지 못할 말로 친구의 말에 동조를 합니다. 얼마나 답답할까요?. 한글도 깨우치지 못해 자신의 의사를 글로도 자식에게 전달하지 못하는 장애인 엄마와 아들입니다. 그나마 청년은 이모라고 부르는 친구에게 와서 의논을 할수 있으니 얼마나 다행인지요.
'주차비 많이 나오니 어서 가라'고 등 떠밀며 내일 집 근처 택시 회사에 갔다가 결과를 전화로 알려 달라는 친구를 보면서 '참! 너는 오지랖도 넓구나' 하고 생각해 봅니다.
저만큼 가는 청년을 또 불러 세웁니다. 청년에게 엄마한테 잘하라며 엄마 병원비는 있느냐며 다시 묻습니다.
"이모 돈 있습니다"
라며 걸어가는 청년의 어깨가 아까보다 조금 가벼워 보이는 건 제 눈의 착시 현상일까요?.
그 모자가 어서 행복해지는 건 청년이 일자리를 구하는 것밖에 없어 보입니다.
청년에게 진심어린 충고와 관심을 주고 따뜻한 칼국수 한 그릇 담아 내는 그 사람이 내 친구라는게 자랑스럽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