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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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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BY 土心 2007-04-15

가다 잠시 멈춰 서는 것

가다 잠시 뒤 돌아보는 것.......

언제부터인가 나도 속없이 “쉬고 싶다” 습관처럼 말합니다.

보아 하니 이미 또래 친구들 맘속은 비슷한 가 봅니다.

근데 하루를 모처럼 조용히 집에 혼자 있다 생각하니

‘이건 아니지.......’

 

한 2년 전인가 딸아이가 심각한 듯 골몰하다

뜬금없이 엄마에게 묻습니다.

“엄마 나는 어떤 사람이 되면 될까?

어떤 사람이 되어야 하나?”

앞 뒤 망설임 없이 나는 대뜸 말합니다.

“나와 남에게 두루 이익 되는 사람이면 되지.”

............

거르지 못하고 불쑥 튀어나오는 말 때문에 스스로 곤혹스러운 때가

한 두 번이 아니지마는 그 날 만큼 내가 뱉은 말에 그처럼 노골적으로

부끄러웠던 적은 아마 없지 싶습니다.

근데 그러고도 이후 여전히 하얀 머리, 까만 가슴으로 삽니다.


멈춰 서는 것.

쉬엄쉬엄 가는 것.

뒤 돌아 보는 것.

나를 바라보는 것.

내 안 들여다보는 것.

...............

오늘은 문득

‘내게 그럴 자격이 있을까?’

양심에서 식은땀이 납니다.


나 한 몸 살아가기 위해 세상에 진 빚이 너무도 많습니다.

부모, 남편에게 의탁하여 힘 안 들이고 거저 살았습니다.

세상밖에 나가 일 해 본 적이 없으니 사회에 일익도 못했지요.

숨쉬고, 먹고, 움직이는 동작마다 이 모두 살생 아닌 것이 없으니

그 죄가 또한 얼마겠습니까.

그러고 보니 50년 산 세월이 자랑이 아니고,

부끄러움이며 빚입니다.

우리는 모두 죄인입니다 그 의미가 바로 이런 맥락일까요.

스님들 상복 입고 다니시는 의미가 이런 것일 까요.


그렇다면 50년 사는 동안

나는 내 안의 무엇을 꺼내고 싶어 했을까요?

무엇을 꺼내 놓으려고 애쓰며 살았을까요?

빚진 대가 무엇으로 지불할 요량이었을까요?

그동안 무슨 베짱으로 무슨 빽으로 살았답니까?

문득 두렵습니다.


어제 어머님의 49일 천도재를 마쳤습니다.

일주일에 한 번씩 7번의 재를 올렸지요.

첫째 주는 눈으로 지은 죄를 심판받는 답니다.

둘째 주는 귀로 지은 죄,

셋째 주는 코로 지은 죄,

넷째 주는 입으로 지은 죄

다섯째 주는 몸으로 지은 죄

이 다섯 번째가 바로 우리에게 명호가 익숙한 염라대왕이 심판 하는 날이랍니다.

여섯째 주는 의식이 지은 죄를 심판 받고,

이렇게 모든 심판이 끝나고 나면

결국 마지막 7주째에 하늘 판사가 판결문에 도장 찍는 날이라더군요.

그렇다고 보면 생전 몸으로 지은 죄는 다섯 번에 걸쳐 심판 받게 되는 것이고,

맘으로 지은 죄는 한번만 심판 받게 되는 것이니

몸으로 지은 죄 참으로 중하다 여겨집니다.

곰곰 생각해 보니 일리 있습니다. 맞습니다.


나와 남에게 이익 되는 삶.........

그것이 결국 나의 과제며, 화두며, 목표 지향점입니다.


우리들 평균 수명이 길어진다지요?

치명적인 병만 없으면 그야말로 백수 한다면서요...

무병이라면 이제 청춘입니다.

반환점?

아직 안 돌았을지도 몰라요.

나처럼 성숙하지 못한 사람은 아직도 미숙아 입니다.


친구들 앞에 참 부끄럽습니다.

다들 이렇게 열심히 사는데

다들 이렇게 현역으로 뛰는데.......

가족들 앞에 부끄럽습니다.

다들 저렇게 물 불 안 가리고 달리는데

나와 남을 위해 살신성인 하는데........


반조도, 반성도, 쉼도, 멈춤도, 放下着도.......

아직은 내게만큼은 가당치 않은 호사인가 봅니다.

주제넘은 욕심인가 그런 생각이 오늘 문득 듭니다.

정신없이 바쁘다...눈 코 뜰 새 없이 바쁘다....

이 아우성을 나는 차라리 동경하렵니다.


뒤 돌아 볼 겨를도 없이 살아 온 내 친구들이여,

지금도 그리 사는 내 친구들이여,

존경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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