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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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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비 내린 날


BY 土心 2006-11-11

아침에 일어 나 보니 금방 목욕재계 끝낸 세상이 참으로 선명하여 곱다.

작위적이지 않은 자연은 이렇게 法(질서, 인연...)따라 여여 한데,

사람이 공연히 맘을 일으켜 부산떨며 사는 게지.


東西古今 자연에 순응하며 자연에 同和되어 사는 사람들은

그 심성도 자연을 닮아 밖으로 표출되어 읊는 감성이

모두 순하고 선하기만 하더라.

허나 나는 언제 맘 한 번 순하게 써 본 적이 있던가?


‘가을이 깊어 가는구나....’눈에 담긴 세상 망연히 쳐다보다가

가늘어진 햇살에 거역 없이 응하여 가을 초목 아름다이 단청되고,

서늘해진 바람에 老葉은 동요 없이 내려 앉아 차가운 대지 달랜다 하며

나는 느껴도 보지만 이것이 虛心이요, 慈悲心의 깨우침이라고는 못하지.


生하니 滅하고, 滅하여 生 할 뿐이라는 걸 자연은 이리 확연히 일러 주는데,

나는 미련하여 아직 깨닫지도 못 할뿐더러

늘 世間事 五慾에 가벼이 動하고, 조바심만 낸다.

‘텅 빈 산 싱그러운 비’는 靜中動이며 결국 생명의 기약이려니,

虛靜한 맘 가운데 진정한 자유로움이 깃들 수 있음을

나는 왜 이 나이 먹도록 내내 모를까....


空山新雨後, 텅 빈 산에 싱그러운 비 내린 뒤

天氣晩來秋, 하늘은 해질 무렵 가을이로다.

明月松間照, 밝은 달은 소나무 사이 비추고,

淸泉石上流, 맑은 샘물 바위 위를 흐른다.

竹瑄歸浣女, 대나무 사가거리니 빨래하던 여인들 돌아가고,

蓮動下漁舟, 연잎 흔들리더니 고깃배 지나가누나.

隨意春芳歌, 그 뜻(인연)에 맡기니 봄 꽃 진다해도

王孫自可留, 왕손은 절로 머무를 만 하도다.


중국 唐나라 산수자연시의 대가로 꼽히는 詩佛 王維의 詩

<산장의 가을 어스름, 山居秋瞑>한 수 옮겨 놓고 보니

오늘 이 계절과 지금 내 맘에 그대로 계합하더라.



***동짓달 아흐레 새벽엔 천둥 번개치고 비가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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