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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아지가 2살 아이의 손 물은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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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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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귀 낀 사연


BY 土心 2006-10-18

 

한 30분 약속시간 늦어져서 헐레벌떡.....

“죄송합니다. 죄송합니다.”

뛰어 들어 가니 한 쪽 귀퉁이에 내 자리라고 남겨 놓은 빈자리 하나 있다.

“늦었으니 노래 불러라...아님 밥 값 내라...”

웅성웅성 한 두어마디 인사라고 받았는데 대답은 들을 필요 없었나 보다.

자기네들 주고받던 이야기로 다들 얼른 돌아가 버린다.

“우리 아이는 이번에 시험을 너무 망쳤어, 수학을 두개나 틀렸다니까..

애들 담임 이러구 저러구 했지....

어느 학원 아무개 선생...아무개 선생...실력이 어떻구 저떻구...

아무개 아인 아 글쎄....어쩌구 저쩌구...

아무개 형은... 아무개 누나는...감탄....부럽다 한턱내라....

...........

끝도 없이 이어지는 자랑, 염탐, 정보, 분석, 비교, 평가.....

한달에 한 번 정기적으로 하는 고 2 아들 녀석 반 엄마 모임의 모습이다.


위에 딸 아이 때도 그랬지만 정말 가기 싫은 모임이 바로 이런 모임이다.

그래도 아이 체면을 생각해서 열 번 만나는 중에 한 서너 번은 나가 준다.

때론 아이에게 엄포용으로 쓸 목적으로 나가기도 하지.

허나 늘 그러는 것처럼 오늘도 여전히 “죄송합니다” 두 번 말 한 것 말고는

거의 말 수 닫고 밥만 먹다 왔다.

그것도 결국은 인내심이 부족해서 “나 먼저 갈게요..잘 먹었습니다...”

판 깨고 먼저 자리 뜬다.

..............


글쎄, 내가 왜 그러는지 몰라.

확실히 알러지 민감 반응이다.

심통인지, 셈인지....

이럴 때보면 못 된 속아지 그대로 드러난다.


그나저나 집에 들어서는데 어찌나 방귀가 나오는지

있는 힘 다 주어서 대포같이 몇 방 쏘아대고 나니 속이 좀 뚫린다.

근데 마침 시험이라고 일찍 돌아 와 제 방에 있던 딸이 놀라 뛰어 나온다.

그리고 데굴데굴 구르면서 하는 말....

“엄마 알 만 하다. 오늘 반 모임 하고 왔구나?”

그러게나. 딸 표현에 의하면 엄마 표정은 너무 정직해서 늘 들킨단다.

항상 틈만 나면 충고 하는 말 “엄마 표정 관리!!!”

그러나 어쩌랴...내가 그게 내 의지대로 안 되는 걸....


그렇지.

자식 키우는 엄마들 다 마찬가지다.

이런 자리에서 먹은 밥 소화 제대로 되는 엄마 없다.

속으론 째리면서 겉으론 눈 웃음 치다 간다.

속은 시려서 이빨 다닥 거리면서도 오고가는 말은 비단이다.

.......

보나 마나 집집마다 오늘 밤 아이들 다 무사하지 못할 거다.

후유증과 분풀이가 어디로 가겠는지 뻔한 거다.

그러니 아이들이 엄마 제발 반 모임 하지 말라고 한다잖는가.

후일 학교에 가면 아이들끼리도 한 참 시시비비 분쟁이 인단다.

“넌 임마 그런 말까지 엄마한테 하냐?....”

그리곤 의기투합도 한다지. 학교일 집에 가면 함구무언 하기로.


그러면 우리 아이들에게 난 어떤 엄마일까?

분명 자격 미달이다.

우리 큰 아이 때도 보니 요즘은 학교 보내는 일이 ‘실력 +정보’ 이다.

근데 그 두가지면에서 이 엄마가 절대 도움이 못 된다.

적당히 뻔뻔하고, 대단히 민첩하고, 많이 똑똑하고, 충분히 능력이 있어야 하는데

하나도 내가 잘 할 수 있는 게 없으니 애닯다.

그저 못 난 엄마의 못 난이 辯 즉

“나는 너를 믿는다.”

“네가 하고 싶은 대로 하거라.”

아날로그식 그 무책임한 인심 좋은 말 하나로 뭉개지.

그러니 맨날 난 아이들한테 휘둘리며 살고,

그 휘둘리는 걸 행복으로 생각하고.......

오늘도 엄마가 왜 방귀 껴야 했는지 뻔히 알면 기는 척이라도 해야 하는데

데굴데굴 구르며 박장대소 하는 대학 졸업 반 딸아이나

책상위에 버젓이 놓여 있는 만화책을 엄마에게 들키고도

왜 엄마 눈 꼬리가 올라가는지 전혀 이해 못하는 고2 아들 녀석이나.

에구구~~~

내가 그렇게 키웠으니 누굴 탓 하랴. 그저 내 탓 이로세.


그러자.

오늘도 말을 아끼자.

입 열어 덕담이 못 나오겠거든 다물어야지.

세상살이 어디 실력으로 산다든?

누가 뭐래도 福으로 산다.

내 아이들 복밭 일궈 주는 일에나 일심으로 전념하자.

그저 이 엄마 맘엔 자식이 측은하기만 한데.

무슨 쓸데없는 말을 거기다 더 보태리...


아들아, 딸아,

진정 내 너희들에게 미안하단다.

그리고 많이 사랑한단다. 아주 많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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