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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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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새 친구 아이가 결혼 한다네.


BY 土心 2006-09-05

일요일에 친구 딸 결혼식 청첩 받고 다녀왔다.

이른 결혼이긴 하지만 친구들이 어느새

며느리 보고 사위 볼 나이가 되었으니...

세월은 무심으로 가는가? 유심으로 가는가?

쉼 없이 흐르는 세월 거스를 맘은 없지만

때론 잠시 잡아 두고 한 숨 돌려가자고 했으면 좋겠다.


언젠가 어느 모임에서 ‘부부는 무엇으로 사는 가?’

누가 던진 이 한마디로 열띤 토론이 벌어진 적이 있었다.

나름대로 부부 생활 수십 년 노하우들이 수없이 쏟아졌지.

사랑으로 산다.

정으로 산다.

믿음으로 산다.

자존심으로 산다.

측은지심으로 산다.

존중하는 맘으로 산다.

...........

시종일관 가만히 듣고만 있던 나는 끄트머리에 이 한마디를 했다.

“그냥 봐 주니까 사는 거다.”


그래, 누가 뭐래도 나는 그런다.

좋을 때 좋은 거 그렇게 쉬운 거 말고

나한테 맞추라는 그렇게 불가능한 거 말고

정말 나쁠 때도, 정말 미울 때도, 정말 힘들게 할 때도...

언제부턴가 나는 그냥 봐 주려고 맘먹었다.

근데 나만 그랬겠나...

남편도 나를 봐 주니 사는 걸게다.

서로 나를 버린 그 자리에 너만 두고

그게 콩깍지 되면 사는 걸 거다.


그러고 보니 나 결혼하던 때가 생각난다.

마치 화분 분갈이 하듯 부모님은 그렇게 나를 시집보냈지.

원치 않던 결혼.... 정작 맘 둘 곳이 없었다.

구구절절 우여곡절 몸살께나 앓고 살았지.

어리고 순진한 맘으로 결혼은 그런 건가보다 했어도

갈수록 나 앉은 자리 남의 자리 같기만 하고

참 오랫동안 많이 힘들어야 했다.


허나 그 아득하게만 느껴졌던 세월도

지나고 보니 순식간인데

오히려 장성해 가는 자식들을 보며

어느새?....나 스스로가 대견하다.

‘내가 자식을 낳아 이만큼 키웠다.

뭘 의미 하나?’

아내의 자리, 엄마의 자리....

나는 지켰고, 나는 해 냈고....

결국 이 자리는 품는 자리며,

키워내는 자리인 것을 이제는 알겠다.

눈물도 아픔도 인내도 기쁨과 사랑까지도

이 자리 지키기 위한 밑거름 이었다고 생각된다.


풀 한포기도 자리 옮기면 흙 몸살 하는데

각기 다른 두 사람 한 몸 되어 새 뿌리 내리는 일이

어찌 쉽기만 할까?... 그렇다면 의미 없지.

오늘 결혼한 선남선녀 모쪼록 오늘만큼만 예쁘게

그렇게 예쁘게 살아갔으면 좋겠다.


파란 하늘 올려다보니 정말 곱다.

이런 날은 가다 그대로 잠시 멈춰도 좋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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