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일에 친구 딸 결혼식 청첩 받고 다녀왔다.
이른 결혼이긴 하지만 친구들이 어느새
며느리 보고 사위 볼 나이가 되었으니...
세월은 무심으로 가는가? 유심으로 가는가?
쉼 없이 흐르는 세월 거스를 맘은 없지만
때론 잠시 잡아 두고 한 숨 돌려가자고 했으면 좋겠다.
언젠가 어느 모임에서 ‘부부는 무엇으로 사는 가?’
누가 던진 이 한마디로 열띤 토론이 벌어진 적이 있었다.
나름대로 부부 생활 수십 년 노하우들이 수없이 쏟아졌지.
사랑으로 산다.
정으로 산다.
믿음으로 산다.
자존심으로 산다.
측은지심으로 산다.
존중하는 맘으로 산다.
...........
시종일관 가만히 듣고만 있던 나는 끄트머리에 이 한마디를 했다.
“그냥 봐 주니까 사는 거다.”
그래, 누가 뭐래도 나는 그런다.
좋을 때 좋은 거 그렇게 쉬운 거 말고
나한테 맞추라는 그렇게 불가능한 거 말고
정말 나쁠 때도, 정말 미울 때도, 정말 힘들게 할 때도...
언제부턴가 나는 그냥 봐 주려고 맘먹었다.
근데 나만 그랬겠나...
남편도 나를 봐 주니 사는 걸게다.
서로 나를 버린 그 자리에 너만 두고
그게 콩깍지 되면 사는 걸 거다.
그러고 보니 나 결혼하던 때가 생각난다.
마치 화분 분갈이 하듯 부모님은 그렇게 나를 시집보냈지.
원치 않던 결혼.... 정작 맘 둘 곳이 없었다.
구구절절 우여곡절 몸살께나 앓고 살았지.
어리고 순진한 맘으로 결혼은 그런 건가보다 했어도
갈수록 나 앉은 자리 남의 자리 같기만 하고
참 오랫동안 많이 힘들어야 했다.
허나 그 아득하게만 느껴졌던 세월도
지나고 보니 순식간인데
오히려 장성해 가는 자식들을 보며
어느새?....나 스스로가 대견하다.
‘내가 자식을 낳아 이만큼 키웠다.
뭘 의미 하나?’
아내의 자리, 엄마의 자리....
나는 지켰고, 나는 해 냈고....
결국 이 자리는 품는 자리며,
키워내는 자리인 것을 이제는 알겠다.
눈물도 아픔도 인내도 기쁨과 사랑까지도
이 자리 지키기 위한 밑거름 이었다고 생각된다.
풀 한포기도 자리 옮기면 흙 몸살 하는데
각기 다른 두 사람 한 몸 되어 새 뿌리 내리는 일이
어찌 쉽기만 할까?... 그렇다면 의미 없지.
오늘 결혼한 선남선녀 모쪼록 오늘만큼만 예쁘게
그렇게 예쁘게 살아갔으면 좋겠다.
파란 하늘 올려다보니 정말 곱다.
이런 날은 가다 그대로 잠시 멈춰도 좋으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