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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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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차산 개나리


BY 土心 2003-11-18

하늘이 呼 하면

땅이 吸하고

하늘이 吸 하면

땅이 呼 하니

유정 무정 윤회가

그 숨결 따라 함이 옳겠거니

 

동짓달 에이는

거친 숨결

초목은 벌벌 떨어

이미 제 몸  바쳤건만

아차산 산자락 가녀린 개나리는

무슨 철없는 객기 인고

 

하늘, 땅

주고 받는 숨결 장단에

어느 불청객 훼방인가

혼돈하여 얼굴 내밀고

파르르 새들하니 질려 버린

그 어린 것 가여워

몇 날 며칠 밤

뜬 눈 되어 지새는구나.

 

 

지난 일요일 아차산에 갔더랬습니다.

전 날 비 온 때문인지 바람은 정신 나도록 알싸 하고,

하늘은 더 없이 푸르러 손 끝만 닿아도 푸른 물 동이 동이 쏟아 낼 듯 그러 하였습니다.

산 자락 굽어 도는 길 따라  한강 줄기도 함께 따라 도는데 그 물빛 또한  도도한 비취빛임에 틀림 없었습니다.

모처럼 잿빛 서울이 원색 찾아 생동감 넘치는 것이 고마워 잠시 넋놓고 바라 보기도 했습니다.

모르긴 몰라도 서울 사람들 휴일 등산은 숨쉬러 줄행랑 치는 탈 오염의 도피 행각일 수도 있습니다.

그러니 산 오르는 이들의 행렬은 유유자적 등산이기 보다는 누가 빨리 꼭대기로 내달음 치나 등반가 대열 같기도 합니다.

그러나 모처럼 시야가 높아 지고, 넓어 지고, 멀어진 것에 우리 부부는 서두를 것 없다 싶어   가다 쉬고, 가다 보고 그러면서  떨어진 잎새마다 자박 자박  꼼꼼히 밟아 주는 여유까지 보이며  올라갔습니다.

이렇게 해서 정상 가까이에 있는 헬기장에 이르렀는데 그 헬기장을 둘러친 크지 않은 회갈색 나뭇 가지 사이 사이에 뭔가 노르스름한 작은 빛깔 몇몇이 보일듯 말듯 내 비치고 있었습니다. 

'이게 뭘까?' 가까이 가 보니 다름아닌 개나리 꽃이었습니다.

무엇이 이 어린 것에게 이런 혼란을 주었을까...그 순간에 예쁘고 반갑다는 말이 도대체 나오지 않았습니다.

때 아닌 포근한 햇살에 잠시 착각 하고 얼굴 내밀었겠으나  이 동짓달 시린 바람을 무슨 힘으로 막아 내려는지...벌써 얼굴은 추워 소름 돋고 배시시 한 것이 어찌나 안타깝고 안스럽던지 얼른 두 손 안에 감싸 주고 호호 불어 입김은 넣어 줬으되 발 길 돌릴 일이 쉽지 않았습니다.

돌아 내려 오고, 내려 와서 내내 그리고 지금까지도 때 모르고 핀 그  개나리 몇몇개 모습에 왜 이렇게 맘이 떠나지지 않는 건지 모르겠습니다.

 

무엇이 원인이든 이렇게 자연의 질서가 조금씩 허물어지고 생멸의 축이 제대로 중심 잡기를 못 할 정도라면 여기 이런 세상에 살아야 하는 우리 아이들은 온전하게 행복한 삶을 보장 받을 수 있는지  누구든 붙잡고 물어 보고 싶습니다. 

자연의 병들어 감을 이미 염려 하며  오늘의 이런 기현상을 예측 하고 예언 했을 전문가들은 지금 어떤 대안을 내 놓고 있는 것입니까 하고 잠시 답답하여 물어 보고 싶어졌습니다.

동부 간선 도로 변으로 봄에 펴야 할 유채꽃이 만발 하고, 배꽃이 이미 개화 했으니 배 달릴 일이 염려라 하고, 아차산  봉우리에 동짓달 개나리가 피고....

세상 사람들 성급한 성정에 맞추느라 자연이 배려 하는 거라면 할 말은 없겠지요.

허나 세상 사람들 두려움 모르고 설쳐 대며 자연을 파괴 하는 작태에 대한 경고의 징후라면

난 떨리고 무섭습니다.

우린 말 잘 듣는 주부들이라 쓰레기 분리 수거 하라 하면 하고, 음식 찌꺼기 모으라 하면 모으고, 폐식용유 모으라 하면 모으고, 합성세제 많이 쓰지 말라 하면 조심 하고, 머리에 스프레이 뿌리지 말라 하면 멋 안내고 마는데  그게 분명 다가 아닌 모양입니다.

 

뜬금 없는 개나리 출현에 신기하다 하고 말 일이지 지나친 호들갑에 지나친 기우를 하고 있는 것인지요. 제가 지금...

근데 이렇게 저렇게 돌려 생각 해도 편치가 않아 또 여기 이렇게 오지랍을 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