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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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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능에 즈음 하여...


BY 土心 2003-10-24

공부 하겠다고 내 집에 들락거리는 초등 학생들이  몇 명 있습니다.

처음 부터 맘 먹고 시작한 일은 아니었으나, 내 아이 키운다고 대문 열어 놓다 보니

우연찮게 시작 된 일이 벌써 한 6년 되나 봅니다.

그러다 보니 여러 아이들을 경험하게 됩니다.

소심한 녀석이 있는 가 하면, 엉뚱한 녀석이 있고,

똘똘한 녀석이 있는가 하면, 조금 늦되는 녀석도 있고 ...

열이면 열이 참 다릅니다. 정말 많이 다릅니다.

비슷한 아이 찾기도 결코  쉽지 않을 정도 입니다.

그 중 남달리 엉뚱한 녀석이 하나 있었습니다.

정말 간단치 않은 아이였는데 

왠지 그런 녀석에게는 관심의 무게가 보다 무겁게 실립니다.

수학을 갈키다 보니 그 아이 수학은 적성이 아니다 싶기에

'네 장래 희망이 뭐냐?'하고 물으니

서슴없이 '시인이요'하고 대답하는 것이었습니다.

순간 그 아이 모습에서 정말 시인의 모습이 보였습니다.

그래 그거다. 그거구나...그렇게 잘 어울리는 꿈을 갖고 있다니.

일찌감찌 자신의 적성을 기막히게 찝어낸 그 아이가 참 기특했습니다.

어쨌든 그 아이의 고운 꿈을 실현 시켜 줘야 하는 것이 

어른으로의 사명이다 생각하고 나름대로 많은 응원을 아끼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어느 날 그 아이가 내게 말합니다.

'선생님 저 시인의 꿈을 버렸어요. 다른 걸로 바꿀거예요.'

그리고 이유인 즉.

'수학 못 한다고 영어 못한다고 맨날 혼나니 책 볼 시간도 없고

그나마 대학 못 가면 시인도 못 될텐데...'그랬습니다.

명치끝이 아렸습니다. 내 심술보 한 곳이 터지는구나 느꼈습니다.

그러길래 그 아일 돌려 보냈습니다.

그리곤 다시 보지 않았습니다.

일년쯤 된 일인데도 내 맘에선 아직 끝나지 않은 갈등입니다.

 

연일 우리 나라의 교육 문제는 곳곳에서 불거져 나옵니다.

고질병인지 불치병인지... 이 아픔의 처방은 아예 없는 것인가 안타깝습니다.

온 나라가 이 자녀 교육에 휘둘려 얼마나 휘청거려야 하는 건지 속상합니다.

사교육비의 액수는 매년 조 단위로 는다는데 학력은 오히려 저하되고 ,

국제 경쟁력에선 뒤떨어지고, 우수 두뇌는 외국으로 다 빠져 나가고...

어떻게 설명되어 지며, 어떻게 해명될 수 있을지요.

남의 일이 아니고  내가 겪고 보는 일이기에 더욱 실감 할 수 있습니다.

현관에 들어서는 아이의 가방이 질질 끌리고,

현관에 들어서는 아이의 등허리는 한결 같이 굽어 있습니다.

키 보다 크고, 덩치 보다 무거운 가방에 노예처럼 끌려 옵니다.

샛별 같은 눈이란 말은 이미 고사가 된 듯 싶고,

아이들 눈동자엔 핏발과 졸음만이 그득 합니다.

나란히 나란히 줄세워져 있는 아이들에겐 숫자만이 중요한 의미요,

내용과 색깔과 모양은 그다지  중요한 취급을 못 받고 사는 것이

아이들의 슬픔이며 부모들의 비극인가 싶습니다.

그토록 개개인이 다른데 재는 틀은 동일 하고

그러니 그 틀에  맞으면 다행이요, 넘치거나 모자르면 제 탓이니

공장에서 찍어 내는 물건도 아닌 사람보고 규격품이 되라 하는 것은

인간에 대한 모독이지 생각 됩니다.

내가 아이들 공부 봐 준답시고 이 어리석은 대열에 동참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때때로 회의가 느껴지면 엉뚱한 화풀이를 그런식으로 하는 것임을 고백 합니다. 

 

그리고 이 자리를 빌어 내친 김에 사족을 하나 더 답니다.

내 아들이 청각장애인데 이 아들 하나를 키우는 일이 

우리나라 교육 환경에선  얼마나 버거운 일인지 감히 설명도 안됩니다.

양질의 교육과 보장구의 혜택 같은 건 기대도 못 합니다.

물심양면으로 겪는 고통은 본인이나 가족 아니면 상상도 어렵습니다.

참으로 무관심하고 열악하기가 세계 몇 위 안 되지 싶습니다.

인간이 인간 답게 살 수 있는 가장 기본 단위가 교육일텐데

이 교육에서 부터 비인간적인 차별을 겪어야 한다는 게 슬프답니다.

 

앞으론 점점 나아질 거라는 희망은 포기 하지 않습니다.

문제가 있음 해답도 있을테고, 병이 들었음 처방과 약도 있겠지요.

너와 나만의 문제가 아닌 우리 모두의 문제이기에 

중지를 모으고 지혜를 모으다 보면 모범 답안도 나오고 명약도 나올테지요.

하지만 지금까진 정말 지치고 힘드는 아이들이며 부모들입니다.

오늘 밤은  서로 격려의 토닥 거림으로 

구부러진 허리 잠시나마 펼 수 있는 위로의 밤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수능에 즈음 하여 엄마된 맘에 아이들이 안 스럽기로 한마디 한다는 것이 그만....

어쨌든 수험생 여러분 홧팅 합시다.

구분 허리 펴고 우리 부모들도 홧팅 한 번 크게 해 봅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