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명한 하늘이 오늘은 길 손에게 자리를 내 준 모양입니다.
떠돌다 머문 자리에선 영락없이 울어 버리는 그 길 손은
내 가슴에서도 물 파문을 불러 냅니다.
오늘도 일상 처럼 도심속 사찰로 걸음을 옮깁니다.
유일하게 흙을 밟을 수 있는 곳이요,
유일하게 큰 호흡으로 폐를 열어 낼 수 있는 곳이요,
유일하게 심신을 하나로 묶어 볼 수 있는 곳이요,
유일하게 내 맘의 주인이 되어 볼 수 있는 곳이기에
난 버릇처럼 그렇게 거기에 갑니다.
오늘 처럼 비가 오는 날은 비가 오니 참으로 좋습니다.
옛 시골집 대청마루에 앉은 듯 법왕루 마루에 좌복 하나 깔고 앉으니
처마밑으로 떨어지는 낙수에 시선은 머물고
그 흐르는 빗줄기가 가히 사람의 애를 녹여 내며,
바람결 타고 '댕그렁~~' 빗소리에 청아한 소리 하나 더 얹으니
그 풍경 소리는 사람의 장마저 끊어 내려 합니다.
스님의 구성진 염불 소리에 장단 맞추는 목탁은 빗속에서 공명을 내니
내 맘은 절로 조복되고, 몸은 절로 낮아 집니다.
하늘에선 비가 내리고, 몸에선 땀이 내리고, 가슴에선 눈물이 내립니다.
거칠고 탁한 세상에서 상처 받고 상처 주는 내 심신이 이로서 정화 되는 거라면
이 흐르는 땀과 눈물은 정녕 감로수가 될 것입니다.
밝은 미소, 부드러운 말 한마디를 일궈 내기도 간단치 않은 삶속에서
이러한 땀과 눈물이 정녕 환희심으로 거듭 날 수도 있을 것입니다.
하늘이 개었습니다.
나그네는 떠나고, 하늘은 여여하게 햇살을 내어 놓습니다.
비도 멈추고, 땀도 멈추고, 눈물도 멈췄습니다.
움직이던 모든 것이 일시에 멈췄습니다.
그러기에 나 또한 여여하게 집으로 돌아 옵니다.
가슴으로 담아 온 감로수와 환희를 오늘은 누구와 나눌까?
행복한 고민을 하면서 발걸음을 재촉합니다.
평면 공간은 없고 수직 공간만 있는 내 삶의 터에
나는 지금 평면을 옮겨 오는 것이라고 넉넉해 하며
발걸음을 재촉 합니다.
내 그릇이 작아 담아 온 것은 볼 품 없으나 그나마 있다면
오늘은 예서 나누려고 합니다.
여기 벗들이 있으니 그리 하고 싶습니다.
하루 종일 귀 기울여야 신바람 나는 소식에 인색한
동 시대, 한 공간에서 살 면서
잠시 짊어진 삶의 보퉁이를 서로 받아 내려 주는 것이
얼마나 아름다와 보이는지 모르겠습니다.
웃음 보따리, 행복 보따리, 슬픔 보따리, 아픔 보따리....
내일은 또 어떤 삶이 나를 기다리고 있을지 모르지만
그냥 오늘 처럼 또 그렇게 여여하게 살으려고 합니다.
비가 오면 비가 오니 좋고,
청명하면 청명해서 좋고,
바람 불면 바람 불어 좋고,
흐리면 흐려서 좋습니다.
그렇게 좋아서~ 좋아 하며~살으렵니다.